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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좌초된 타다 '혁신', 누가 책임질건가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입력 2020.03.07 00:00 수정 2020.03.07 06:13

총선 겨냥한 ‘표심 잡기 규제’ 비판

벤처·스타트업계, 부정적 선례 ‘우려’

5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연합뉴스 5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연합뉴스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통하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벤처업계와 스타업계에 부정적 선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기득권의 반발에 따른 정부의 정책을 둘러싸고 ‘총선 표심 잡기’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여객자동차 운송플랫폼 사업을 신설하는 것이다. 이에 ‘타다’는 시행유예 기간(1년 6개월)이 끝나는 2021년 하반기까지 사업 지속을 위해서는 플랫폼 운송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기여금과 택시총량제 등 규제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공유경제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사업을 하고 싶으면 기존 규제의 틀에 갇혀서 하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타다’는 사회적 기여금 납부조건으로 국토교통부의 운송사업 허가를 받아 이미 운행을 개시한 사업자다. 하지만 타다 운영 이후 택시업계의 반발에 직면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구체적 법적 제도화도 없이 우왕좌왕하다 결국 4월 총선을 앞두고 사업을 사실상 금지시켰다. 다분히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경제 체질개선과 구조를 개혁하는 방편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규제혁신과 공유경제 활성화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결국 이번 결정으로 ‘규제혁신’이나 ‘공유경제 활성화’ 보다는 ‘눈앞의 표밭’인 기득권 챙기기가 우선임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앞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와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정부는 혁신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눈물과 자신이 주도한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수천 명의 드라이버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재계와 벤처업계 역시 ‘혁신’보다 ‘기득권’의 손을 들어준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에 혁신 의지를 상실한 모습이다. 앞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지난해 12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래를 이렇게 막아버리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또 다른 미래 역시 정치적 고려로 막힐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벤처업계도 지난달 열린 제5차 혁신벤처생태계 정기포럼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규제’ 대표 사례로 꼽으며 법이 통과되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사업을 중단시키는 방식이어서 해당 기업을 넘어 벤처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 동료분들께 죄송하다. 우리가 좋은 선례가 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가 됐다”면서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겠다”는 심경을 전했다.


특히 6일 본회의에 앞서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토교통부와 국회의 결정은 대통령의 말씀과 의지를 배반하는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택시 하는 분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다 같은 새로운, 보다 혁신적인 영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택시표를 의식했던 것 같다. 대통령이 공표한 국정철학을 거스르고 법원의 결정도 무시하면서까지 한참 성장하는 젊은 기업을 죽이고 1만2000명의 일자리를 빼앗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웅 대표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아니다. 1만명의 타다 드라이버들은 갈 곳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타다와 같은 새로운 혁신적인 영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타다 금지법을 국토부가 앞장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분별한 규제는 사회적 갈등만 초래한다.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업계 간 입장 조율도 실패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선거용으로 ‘규제’를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 제조사를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영역 확장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은 그 일환으로 지난해 ‘모션랩(Moceanlab)’이라는 차량공유 업체를 설립해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무대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 LA다. 다양한 혁신 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하려면 한국을 떠나야 하는 현실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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