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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신이 떴다' 첫 방송, 급조된 예능프로그램 한계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3.05 09:46
수정 2020.03.05 09:48

김연자·설운도·주현미·진성·장윤정 '베트남 버스킹 도전기'

예능감 살리지 못해 흥미 반감..차별화된 매력 찾기 어려워

SBS ‘트롯신이 떴다’가 4일 첫 방송됐다. SBS 방송 캡처.

트로트 인기에 편승해 급조된 예능프로그램이었다. 폭발적인 기대 속에 4일 첫 방송된 SBS '트롯신이 떴다'는 적잖은 실망도 안겼다.


'트롯신이 떴다'는 국내 최정상 트로트 가수 남진, 김연자, 주현미, 설운도, 진성, 장윤정이 모여 해외에서 트로트 무대를 선보이는 K-트로트 세계 정복기다. 지난 1월 베트남 촬영을 가기 전 모습부터 현장에 도착하는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남진은 데뷔 56년차, 김연자 46년차, 주현미 35년차, 설운도 38년차, 진성 26년차, 장윤정 21년차 가수로, 이들의 가수 경력만 합쳐도 총 222년차여서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레전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단 한 번도 트로트 버스킹 공연을 해본 적 없는 트로트 전설들이 베트남 시민들 우왕좌왕 하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였다. 낯선 곳에서 트로트를 전파하겠다는 트로트 전설들의 눈물겨운 도전기도 보는 이들을 짠하게 했다. 한국과 달리 생소한 무대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현지 관객들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산뜻한 출발이다. 5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1부 9.2%, 2부 14.9%로 대박을 터뜨렸다. 최근 트로트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뜨거운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롯신이 떴다’ 첫 방송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 SBS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운 부분도 두드러졌다. 우선 '트롯신이 떴다'는 예능프로그램이라는 본질을 충실하지 못했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거물급 가수들이 출연했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을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다. 막내이자 일꾼으로 합세한 정용화는 대선배 앞에서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멤버들 사이엔 어색한 긴장감이 흘렀다.


JTBC가 큰 반향을 일으켰던 '비긴어게인' 시리즈를 닮아 '트로트판 비긴어게인'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차별화된 지점을 찾기 어려웠다. 편곡도 가창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단점만 두드러진 아류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TV조선 '미스터트롯'과도 비교된다. '미스터트롯'은 그동안 경연 프로그램에서 소외됐던 장르를 정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기존 스타가 아닌 새로운 스타를 배출해냈고, 이들의 젊은 감각으로 해석해 선보이는 무대는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91년생 임영웅과 김호중의 활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국 트로트를 이끌어갈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었다.


'트롯신이 떴다'에 기대할 수 있는 건 TV에서 사라졌던 스타들의 부활이다. 첫 방송이 몸풀기였다면, 다음 방송에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다면 시청자들도 하나둘 떠날 수밖에 없다. 대중들의 시선은 냉정하기 때문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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