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무리 질타한들”...대통령이 나가보란 현장은 여전히 마스크 지옥
입력 2020.03.02 15:34
수정 2020.03.02 15:54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마스크 70만개 공급… 품귀 현상
판매시간 오후 2시 아닌 제각각… 4시간 전에 와도 '허탕'
이른 아침부터 줄 세우기에 집단 감염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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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에게 현장에 가서 직접 보라"며 대통령이 마스크 공급 관련 따끔한 질타를 했지만, 이런 질타는 역시나 현장에선 무색하기만 했다. 공적 마스크가 풀린지 나흘째인 2일 , 대통령이 말한 현장은 여전히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전국 하나로마트 2219곳을 통해 마스크 70만개가 공급됐다고 하지만,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매장마다 판매 시간과 물량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아침부터 각 지역 농협 하나로마트 앞은 미처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특히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과천점은 마트 측이 준비한 대기표 450개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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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관계자는 “매장 오픈이 9시30분인데 9시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어 대기표를 450명에게만 줬다”며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많아 대기표를 드린 건데 뒤늦게 온 분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일부 싸움까지 하는 분이 있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후 1시쯤 대기표를 받으러 온 한 손님은 “정부나 마트에서 미리 공지도 없이 대기표 450번까지 받는 게 어디 있느냐”며 “내일은 물량이 들어올지도 안 들어올지도 모른다니 기가 막힌다. 시민들을 우롱하는 거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고객은 “여기 줄 선 사람들이 나이 많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70~80대 노인들을 이렇게 줄 세워 놓았다가 코로나19 감염이라도 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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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 동탄 등 수도권 대규모 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였다.
농협 하나로마트 화전점은 오후 2시 판매방침을 어기고 오전에 마스크 판매를 개시해 1시간도 안 돼 품절됐다. 성남농협 하나로마트 야탑점 역시 오전 11시에 마스크를 판매해 뒤늦게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렸다. 심지어 동탄 지역 하나로마트는 공적 판매처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았다며 판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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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공적 판매처의 하나인 농협은 지난달 27일부터 어제까지 나흘 동안 마스크 총 279만개를 공급했다. 지난달 27∼29일 사이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102만개를, 1일에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177만개를 공급했다. 오늘 공급된 70만개를 포함해 349만개가 풀렸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라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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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와 다른 현장 상황에 마스크 갈증 최고조… 시민들 항의 빗발쳐
하나로마트에서도 허탕을 친 시민들이 약국을 찾아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품귀현상이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약사는 "아침 일찍 문 열자마자 5분이면 마스크가 다 팔려나간다. 공적 마스크가 있느냐고 묻는 시민들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며 "약국 외부에 '마스크 품절' '마스크 없어요' 등을 적은 종이를 3~4장씩 붙여놔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와 묻고 가시는 분들이 있다. 팔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어 저희로서도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이 하나로마트와 우체국, 약국마다 길게 줄을 서면서 또 다른 집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마스크 수급 관련 대책을 보고한 이의경 식품의약품 안전처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최우선으로 강구하라”며 “마스크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정부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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