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대본 '옥상옥' 논란…"현장전문가를 컨트롤타워로"
입력 2020.02.24 19:26
수정 2020.02.24 21:05
총리가 본부장, 1·2차장에 복지부·행안부장관
김병준 "질본에서 결재·허가 단계만 더 생겼다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방역의 전권을 위임해야"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뒤늦게 '경계'에서 '심각'으로 끌어올린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사상 최초로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앉혔는데, 오히려 옥상옥(屋上屋)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병준 미래통합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정부가 질병관리 역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차장으로 보건복지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을 임명한 것은 상식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위기관리에는 맞지 않는 구시대적 접근"이라고 혹평했다.
앞서 정부는 전날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했다. 통상 행안부장관이 중대본 본부장을 맡으나, 이번에는 최초로 총리가 중대본 본부장을 맡았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총리가 본부장을 직접 맡는 것은 최초의 사례"라며 "본부장 아래에는 두 명의 차장을 둬 코로나19 대응에 효과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병준 전 위원장은 "현장을 잘 아는 질병관리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 위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앉게 됐다"며 "결재나 허가를 받아야할 단계만 하나 더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관과 총리는 그야말로 정무직이다. 정치적 계산을 하고, 또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총선에 악영향을 미치는 조치들에 대해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겠느냐. 예방과 방역의 시기를 놓친 지금까지의 비합리적 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위기 확산에 대한 대안으로 김병준 전 위원장은 장관에서 총리로 컨트롤타워를 쌓아올릴 게 아니라, 역으로 현장전문가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방역에 관한 전권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방역에 관한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며 "미국의 9·11 참사 때는 뉴욕소방서장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군과 경찰을 통제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일개 소방서장인 그가 이 일에 관한 한 곧 대통령"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할 일은 '질병관리본부장의 지시를 100% 이행하라'는 말 한 마디면 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질병관리본부장이 각 부처 장관들을 지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1급·2급, 아니 3급·5급의 공무원이 장관과 총리도 지휘하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이지, 계서주의(階序主義)를 따라 지휘체계의 직급만 높이는 것은 위기관리라 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