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면 다 죽는데…3당통합 '지도체제' 탓 결렬 위기
입력 2020.02.12 05:00
수정 2020.02.12 05:57
바른·대안·평화 "기득권 내려놓고 17일前 통합"
대안신당, 통합신당 '임시 지도체제' 전환 요구
손학규 "미래세대 통합까지 완수" 사실상 거부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3당이 통합을 전격 선언했지만, 지도체제에 이견을 보이면서 결렬 위기를 겪고 있다.
대안신당은 기존의 당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임시 지도체제를 꾸려야 한다고 피력했는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미래세대와의 통합이 제대로 될 때까지 당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 바른미래당·유성엽 대안신당·박주현 민주평화당 통합추진위원장은 11일 의원회관에서 오전·오후로 협상을 이어갔다.
이들은 두 차례의 협상 끝에 △2월 17일까지 기득권 포기를 포함한 조건 없는 통합을 한다 △3당 통합이 실현된 이후 제(諸) 정치세력과 2차 통합을 추진한다 △3당이 통합된 새 당의 당원과 강령, 정강·정책 논의를 위해 실무 소위원회를 가동한다 등 3가지 항으로 된 합의문을 발표했다.
특히 3당은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부분을 1항에 넣을 정도로 방점을 뒀다. 박주선 위원장은 "공천권과 지분 등을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 지도부에 일임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현실적으로 그렇다"라며 "일단은 신당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기득권 포기의 첫걸음이 될 '지도체제' 문제는 합의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날 통추위 회의에서는 △비대위 체제 △3당 공동대표 체제 △3당 대표가 물러나고 각당 추천 인사로 구성된 지도부 체제 등의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향후 3당 대표의 거취에 대해 "당내에서 아직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각 당으로 돌아가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대안신당은 각 정당의 대표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새 인사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는데 손 대표는 이같은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 핵심관계자는 "일단 통합 선언을 하긴 했지만, 손 대표는 미래세대와의 통합 때까지 당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통합선언이 결렬되는 한이 있더라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핵심관계자도 "통합하면 새 인물로 내세워야 컨벤션 효과도 생긴다고 설득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았다"며 "또다시 당권싸움으로 밀어붙이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미래세대와의 통합을,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소상공인과의 통합을 물밑에서 추진해왔다. 앞서 손 대표는 이들과의 통합이 완수되면 평당원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미래세대와의 통합 자체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이들과의 통합을 완수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2월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끝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의원들의 탈당 사태가 또다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