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 투자자 먼저? 기업활동이 먼저?
입력 2020.02.12 07:00
수정 2020.02.11 21:16
투명성 확보로 투자자들 기업 옥석가리기 기대
지나친 정보 공개로 기업 활동 위축될라… 업계는 '속앓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제약·바이오 업종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시행키로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친 정보 요구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상시험 승인’이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임상시험 계획 승인’이라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또 ‘임상시험 성공’이라는 표현 대신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 여부’로 표현해 공시해야 한다.
앞으로는 중요 경영활동으로 거론되는 임상시험, 품목허가, 기술 도입·이전 계약, 국책과제를 비롯해 특허권 계약 등 공시를 상세히 구분하고 카테고리별로 공시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임상시험이 중지된 경우 규제기관에 의해서인지, 자체 결정인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기업의 경영이나 재산 상태에 미칠 영향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임상시험 관련 주의 문구에서는 해당 시험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을 기재하도록 요구했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 공시에 '최종 허가 확률이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이라는 문구를 포함하는 식이다. 이 밖에 회사의 자체 판단이나 분석 내용만을 담은 임상 발표는 지양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작년 말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중 9개사를 차지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체 판단에 따라 필요 사항만 선별해 공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신라젠·헬릭스미스·코오롱생명과학 등 일부 회사의 호재성 공시만 보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게다가 신약 개발 가능성만으로 주식시장에 특례상장한 업체들이 많다 보니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티슈진으로부터 인보사의 세포변경 자료를 전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포변경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작년 8월에도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판매 및 공급계약 해지 공시를 번복했다가 1600만원의 제재금과 함께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업계에서는 환영한다는 의견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계획 승인을 임상 승인으로 공시해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일들이 많았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임상시험 진행과정과 현황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려운데, 기업에서 정확한 표현으로 임상 결과를 알려주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통상적으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을 때 마일드스톤은 공개하지 않는데 이마저도 공시해야 한다는 방침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는 기업이 기술이전 계약을 공시할 때 조건부 계약 여부, 조건부 금액(마이스톤, 로열티 등)을 명확히 구분해 기재해야 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가이드라인의 일부 내용은 지나치게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여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