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여파' 지배구조 흔들리는 우리금융 '운명의 한 달'
입력 2020.02.03 06:00
수정 2020.02.02 23:15
회장 중징계에 우리은행장 인사도 '미궁'
최종 징계권 쥔 금융위 판단 시점 '관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철퇴를 맞으면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도 끝내 중단됐다. 그룹 회장의 가장 큰 조력자가 돼야 할 우리은행장 인사가 미궁에 빠지면서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 최종 징계의 키를 쥐게 된 금융위원회가 이번 달 안에 논의를 매듭지을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손 회장의 거취가 크게 엇갈리게 되면서, 우리금융에게 올해 2월은 운명의 한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같은 달 29일에 확정하지 못했던 행장 선임에 대한 최종 결정을 이날 내릴 방침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일정이 미뤄지면서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언제쯤 다시 재개될지는 당분간 알 수 없게 됐다.
이는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연임이 불가한 징계를 받은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그룹 회장의 입지가 불분명해진 와중 행장부터 선임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란 해석이다. 전날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서 불거진 대규모 손실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경고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연임은 물론 앞으로 3년 동안 금융권 취업 자체가 제한된다.
우리은행장을 둘러싼 경쟁 레이스는 우리금융 내부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관심을 받던 이슈였다. 우리금융이 지주로 시스템을 개편한 이후 처음으로 선임되는 우리은행장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월 우리은행에서 지주로 지배구조를 전환한 후 손태승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겸직해 왔다. 그리고 최근 연임이 결정된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 직을 분리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행장 선정 절차가 진행됐다.
이 때문에 다음 우리은행장 자리는 이른바 손 회장의 사람이 꿰찰 것으로 점쳐져 왔다. 우리금융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올리기로 하고 연임을 결정해둔 상태였던 까닭이다. 아울러 지주 체제로 출범한지 채 1년이 안 된 만큼 우리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대부분은 아직 은행에 쏠려 있는 실정이다. 그룹 회장과 은행장 사이에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였다.
이에 우리금융 임추위는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와 김정기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등 3명을 다음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선정해둔 상황이었다. 그 중에서도 김 수석부행장과 이 대표가 손 회장과의 인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 수석부행장은 손 회장 임기 동안 우리은행의 대외협력단·업무지원그룹 상무를 거쳐 부행장으로 승진하며 상당 기간 손 회장과 호흡을 함께 해온 인물로 평가된다. 이 대표 역시 손 회장이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 우리은행의 최고정보책임자이자 IT그룹 집행부행장을 맡으며 손발을 맞춰 왔다.
하지만 손 회장의 중징계 영향으로 행장 선출이 일시 정지되면서 이 같은 논의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 손 회장의 파트너를 뽑는 인사가 중지됐다는 측면에서 금감원 중징계에 따른 여파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제 관건은 손 행장의 최종 거취에 모아진다. 절차 상 최종 판단까지는 아직 한 달여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감원의 결정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고 안건을 의결해야 해서다.
손 회장에 대한 안건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와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로 넘어가게 된다. 통상 증선위는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에, 금융위 정례회의는 첫째·셋째 주 수요일에 열린다. 이번 달의 경우 증선위는 12일과 26일, 금융위 정례회의는 5일과 19일이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제재 의결이 가장 빨리 이뤄질 수 있는 금융위 정례회의는 오는 19일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임시 회의 개최도 가능하기 때문에 날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오는 3월 열리는 우리금융 주총 전에 금융위가 금감원의 판단대로 제재를 매듭지으면 손 회장의 연임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반면 그 시기가 주총 이후가 될 경우 원칙적으로 우리금융은 손 회장의 연임을 강행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금감원과 맞서는 형국이 되면서 우리금융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사태가 소비자보호 이슈를 넘어 우리금융의 지배구조에 즉각 영향을 끼치는 흐름"이라며 "다만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그 과정에 남은 변수들이 있는 만큼, 손 회장의 최종 거취가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