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한국당으로 뭉친 손·유·정…안철수와 관계설정은?
입력 2020.01.22 14:30
수정 2020.01.22 14:31
'안철수 탕아'라던 대안신당, 기류변화 생기나
유성엽 "안철수 비난, 제3세력 변화에 도움 안돼"
정동영 "안철수는 석고대죄해야"…손학규 '침묵'
제3지대 통합의 주축인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설정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모양새다.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제3지대 통합이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2일 평화당이 주최한 '선거제도 개혁과 한국정치의 대전환, 연동형 선거제 흔드는 꼼수정당 퇴치를 위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다.
국민의당 분당 이후 사분오열된 중도진영 야당들의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제3당을 만들겠다는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에 대한 비판이 한목소리로 나왔다.
손 대표는 "한국당이 비례당을 만들어 선거제 개혁 취지를 훼손하려 한다.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특히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법무부 장관을 했던 분 아닌가. 법을 글자로만 따지니까 이런 꼼수가 나온다"며 "법은 글자가 아니라 정신이다"라고 질타했다.
유 위원장도 "불충분하게나마 도입된 제도에 대해 어깃장을 놓는 한국당의 모습에 실망을 넘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양당제를 극복하고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취지가 4·15 총선에서 민의로 나타날 것"이라며 "권력투쟁을 일삼는 정치는 이제 종식하고 민생 정치, 합의제 정치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제3지대 통합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설정을 놓고는 이견을 드러냈다.
특히 유 위원장이 안 전 대표를 향한 과도한 비난은 안 된다고 말해, 대안신당에서 기류변화가 생긴 것인지 주목됐다. 그동안 대안신당은 '돌아온 탕아', '위력은 제한적'이라는 표현으로 안 전 대표의 귀국에 반감을 드러내 왔다.
유 위원장은 "(국민의당이) 분열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일차적 책임은 안 전 대표에게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머지 우리들도 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를 비판을 넘어 비난만 하는 것은 결코 제3세력의 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대표는 안 전 대표에 대해 "다당제를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한 데 대해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중도정당을 창당한다면 바뀐 선거제 개혁 때문에 가능한 것일 텐데, 안 전 대표와 함께해온 분들은 선거제 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보수통합에 선을 긋는가 하면 귀국 후 첫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정치권에서는 '어게인 국민의당' 전망이 잇따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치권 관계자는 "유 위원장은 안 전 대표와 함께 갈 생각이 있는 듯하고, 정 대표는 함께 갈 생각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토론회가 끝난 직후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과 오찬을 갖기로 했다'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짤막하게 답한 뒤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