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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윤·유기준·김성태·박인숙…연쇄 불출마 '보이지 않는 손' 작용했나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2.18 04:10
수정 2020.02.17 21:03

주말 전후해서 '텃밭' 중진의원들 일제히 불출마

공관위 의사 전달됐나…미래한국당行엔 선그어

황교안, 불출마 의원들 회동해 수습…험로 예고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과 유기준 의원이 17일 21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정론관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총선이 5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래통합당 중진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주말을 전후해 연쇄적인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공천관리위원회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울산의 5선 중진 정갑윤 의원과 부산의 4선 중진 유기준 의원은 17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잡아 21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정갑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 망해가는 나라를 바로잡는 중차대한 선거라는 점에서 마음을 내려놓는다"며 "이번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나보다는 대한민국을 선택하고자 한다. 문재인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과업을 향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내 한 몸 불살라 나라를 걱정하겠다. 문재인정권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유기준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불면의 밤이었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최선을 다했지만 보수 진영의 분열을 막아내지 못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옳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번 21대 총선에 현재 지역구에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문재인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막아내기 위한 보수통합은 국민의 명령이다. 야권대통합으로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며 "신진 영입을 위한 세대교체에 숨통을 터주고 물꼬를 열어주는데 나 자신을 던지고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앞서 서울의 3선 김성태 의원과 박인숙 의원도 각각 주말과 휴일인 15일과 16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는 대체로 통합당 우세 지역인 이른바 '텃밭'이다. 정갑윤 의원의 울산 중구와 유기준 의원의 부산 서·동구는 각각 울산과 부산에서 가장 '밭'이 좋은 곳으로 분류된다. 박인숙 의원의 서울 송파갑도 '강남 3구' 중 한 곳으로 보수 초강세 지역이다. 서울 강서구는 일반적으로는 통합당 험지이나, 강서을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민주당 우세 동(洞)이 갑구와 병구로 흩어지면서 비교적 여건이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정갑윤 의원은 "(지도부나 공관위로부터 불출마하라는 연락은) 전혀 없었다"며 "토요일 아침에 동네 목욕탕에 갔는데 좋아하는 선배가 어렵사리 (불출마 권유를) 말씀하시기에 결론을 내리게 됐다. 누군가의 동력이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기준 의원도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지만 공천 신청 과정에서 (불출마)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며 "지난 주말에 마음을 정리하고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텃밭' 지역구 의원들이 공교롭게도 주말을 전후해 일제히 자발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것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공관위에서 직·간접적으로 의사 전달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관위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불출마 선언이 이끌어졌다면, 수습은 새로 출범한 통합당 지도부의 몫으로 남을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예로부터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이 공관위원장의 몫이라면, 다독이는 것은 대표의 몫'이라고 했다"며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들의 대승적 협조를 이끌어내려면 황교안 대표의 정치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황교안 대표는 18일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지만, 일부 불출마 의원들은 불참 의사를 나타내는 등 향후 순탄치만은 않은 수습 과정을 예고했다.


불출마 선언을 한 정갑윤·유기준 의원은 미래한국당으로의 당적 이동 가능성도 부정했다.


정 의원은 미래한국당으로의 당적 이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깨끗이 내려놓겠다"고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유 의원도 "(수도권 험지 출마나 미래한국당 등)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수처·선거법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앞장서서 이를 저지하다가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은 이후 지역에서의 공천 경쟁 과정에서 같은 당 예비후보들로부터 이 건이 공격소재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불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에 가보면 국회선진화법 위반해서 최하 얼마 이상 벌금이 나오는데, 출마해도 당선무효라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부담스럽더라"며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나라를 구하려는 노력을 했는데 선거판이 되니 악용하더라"고 토로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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