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개미 왕따' 없었다...외인과 호흡 맞춰 함박웃음
입력 2020.01.21 06:00
수정 2020.01.20 17:01
개인, 한달간 8173억원 순매수하며 수급주체로 떠올라
연일 신고가 경신중인 삼성전자 종목에 배팅해 이익봐
국내 증시에서 소외됐던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초 외국인과 쌍끌이 매수세에 나서며 상승랠리를 견인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수급을 외국인이 주도하면서 개인의 소외현상은 뚜렷했다. 증시가 올라도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동안 개미들은 손실을 보며 본전조차 못찾는 사례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올해들어 외국인과 동반 사자에 나서며 연초랠리를 이끌어 눈길을 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2262.64포인트에서 거래를 마치며 한달전(2204.18) 대비 2.65%가 올랐다. 전체 시가총액 규모로도 작년말 대비 43조원이나 급증했다.
이번 상승장에서는 외국인과 함께 개인이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외국인이 지난 한달간 1조4799억원을 사들이며 수급을 주도한데 이어 개인투자자들도 같은 기간 8743억원을 사들이며 연초에 수급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지수 상승세에 맞춰 개인들이 지난 한달간 매수공세를 이어간 배경에는 배팅한 삼성전자에서 큰 수익을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들은 지난 한달간(19년 12월 18일~1월 17일) 사들인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사 가운데 4번째로 순매수 규모가 큰 삼성전자 우선주에서 9.46%의 수익을 냈다. 순매수 상위종목인 SK이노베이션(-10.40%), 기아차(-7.28%), 현대차(-2.87%)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삼성전자 우선주 종목에서 수익을 내며 손실을 그나마 만회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며 연일 사상 최고 주가 행진을 펼쳤다. 지난 17일도 6만원을 훌쩍 넘어선 6만1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신고가를 경신하며 전장대비 1100원원(1.79%) 오른 6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가전을 제외한 3개 사업 부문에서 모두 높은 두 자리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 2~3분기에는 투자확대 기대를 수반한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동안 8.11%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종목만 살펴보면 외국인의 수익률 성적표가 월등히 높았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텔콘RF제약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등락률은 최소 3%대에서 최대 32%대로 수익률 상승폭이 컸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외에도 투자한 삼성전기(12.55%), SK하이닉스(6.68%), 엔씨소프트(17.07%), 호텔신라(27.05%) 등에서 수익을 톡톡히 냈다. 개인은 삼성전자우(9.46%)와 에이치엘비(7.83%)에서는 수익을 냈지만 가장 많이 사들인 SK이노베이션은 -10.40%, 기아차(-7.28%), 현대차(-2.87%), SK텔레콤(-2.29%) 등 손실을 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시장 상황은 올 상반기의 실물경제 변화에 대해 주식시장이 선행적으로 반응한 것"이라며 "앞으로 발표하는 기업실적이 기대치를 뛰어넘을지 여부를 살펴야하고 지금의 낙관적 시나리오가 지속될 지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할때"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처럼 호재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한 쏠림현상이 지속되는지 여부를 살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시총 보유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1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보유 주식 가치는 591조1878억원으로 전체 시총의 39.0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비중은 각각 57.1%, 50.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