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자동차업계가 보여준 미래…'車인듯 車아닌 車같은'
입력 2020.01.09 06:00
수정 2020.10.07 18:48
자율주행, 전동화, 공유경제, 도심항공 등 미래 트렌드 반영
현대차-벨 '도심 항공 모빌리티', 현대차-토요타 '목적기반 모빌리티' 경쟁
벤츠 '운전자와 차의 교감', 아우디 '제3의 생활 공간' 강조
자율주행, 전동화, 공유경제, 도심항공 등 미래 트렌드 반영
현대차-벨 '도심 항공 모빌리티', 현대차-토요타 '목적기반 모빌리티' 경쟁
벤츠 '운전자와 차의 교감', 아우디 '제3의 생활 공간' 강조
미래 자동차는 스스로 운전하고(자율주행), 전기로 구동되며(전동화), 주인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고(공유경제), 심지어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도심 항공)이라는 예상은 이미 업계의 보편적인 구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회사가 자사의 미래 제품에 전통적인 자동차의 모습을 남겨놓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CES 2020’에 참여한 자동차업체들은 이같은 점을 반영해 다양한 모습의 미래 자동차, 나아가 확장된 범위의 ‘탈것’의 모습을 선보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인류를 위한 진보’를 선언한 현대자동차는 거창한 슬로건만큼이나 파격적인 전시물들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CES에 7200제곱피트(약 202평) 규모의 전시 부스를 마련한 현대차는 전폭 15m, 전장 10.7m의 거대한 PAV(개인용 비행체) ‘S-A1’ 실물 모형으로 부스의 절반을 채웠다. S-A1은 현대차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 중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이다.
활주로 없이도 비행이 가능한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eVTOL) 기능을 탑재한 S-A1은 총 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하고 있으며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을 태우고 최대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최고 비행 속력은 290km/h에 달하고,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비행기술이 안정화 된 이후부터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비행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S-A1’을 바닥으로부터 2.2m 위에 설치했으며,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장면도 선보였다.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콘셉트 ‘S-Link’도 현대차의 주력 전시모델 중 하나였다. 주거용 및 의료용 버전으로 마련된 S-Link는 모빌리티가 사람이 운전하는 ‘이동수단’이 아닌 ‘이동이 가능한 생활공간’으로 변모했을 때의 모습을 한 눈에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의 부품회사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기반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인 엠비전 S(M.Vision S)를 주력 전시제품으로 내놨다. 엠비전S는 지난해 CES에서 공개한 엠비전보다 한 단계 진화한 수준으로, S는 공유(Sharing) 가능한 모빌리티를 의미한다.
엠비전S는 탑승객이 운전에 개입하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탑승객이 자동차를 이용할 미래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엠비전S에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자율주행 센서와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가상공간 터치, 3D 리어램프,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KRELL’ 등 현대모비스 미래차 핵심 기술이 응축돼 있다.
운전할 필요가 없어진 탑승객이 직렬로 배열된 좌석에 앉아만 있을 이유는 없다. 이 점을 감안해 엠비전S의 내부는 사무나 휴식이 가능한 라운지 형태로 제작됐다. 가상공간 터치기술을 적용해 자율주행 모드에서 손짓만으로 영화를 감상하거나 음악을 골라 들을 수도 있다.
다양한 성향의 탑승객이 이용하게 되는 공유차의 특성을 감안, 탑승객의 감정 상태 변화 등을 자동 인식해 조명 색깔을 바꿔주고,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별도의 무드등을 켜 탑승객과 교감하는 식으로 ‘똑똑하게 생각하는’ 기능도 장착됐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은 자율주행 콘셉트카 비전 AVTR을 메인 전시물로 내세웠다.
올라 칼레니우스 이사회 이사장이 CES 기조연설을 통해 현대차의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전략에 대해 “표준적인 이동수단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거리감이 있다”며 의문을 표한 뒤 미래차의 핵심 트렌드로 제시한 ‘연결성(connectivity)’을 보여주는 차가 바로 비전 AVTR이다.
비전 AVTR은 실내가 훤히 보이는 투명한 측면에, 파충류 비늘을 연상시키는 33개의 표면 요소를 덧붙인 범상치 않은 외관부터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에서 튀어나와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을 듯한 포스를 지녔다.
기능은 더욱 ‘아바타’스럽다. 인간이 나비족과 링크되듯, 나비족이 동물과 교감하듯, 사람과 교감하는 차가 바로 비전 AVTR이다. 차가 운전자의 심장 박동과 호흡을 인식해 직관적으로 연결되는 기능을 갖췄다.
이를테면 센터 콘솔에 손을 올리면 차량이 생기를 받은 듯 작동하며, 차 안에서 손을 들어 올리면 메뉴가 손바닥에 투사돼 쉽게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CES 2020 개막 전날인 6일 미디어데이에서 ‘미래 도시 실험 모델’인 ‘우븐 시티(Woven City)’ 건설 계획을 발표한 토요타는 이 도시에서 운영될 다목적 자율주행 셔틀 ‘e-팔레트(e-Palettes)’와 소형 배송 로봇인 ‘마이크로 팔레트’를 CES 부스에 전시해 관심을 모았다.
e-팔레트는 인원 수송 및 화물배송뿐만 아니라 용도변경이 가능한 이동형 점포나 식당으로 사용될 수 있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라는 점에서 현대차의 PBV 콘셉트 ‘S-Link’와 빼닮았다. 용도와 외양 모두 판박이다.
마이크로 팔레트는 6개의 바퀴가 달려 사각형 몸체에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소형 로봇으로, e-팔레트와 연계해 운영된다. e-팔레트가 배송 목적지에 도착하면 마이크로 팔레트가 물품을 싣고 내려 받을 사람에게 최종 전달하는 방식이다.
아우디 역시 운전할 필요가 없어진 탑승객을 배려한 자동차를 선보였다. 아우디가 공개한 자율주행차 ‘AI:ME’는 ‘제3의 생활 공간’을 콘셉트로, 고급스러운 카페나 사무실 같은 외양을 지녔다.
자율주행 모드 적용시 운전대는 사라지고 운전석 앞엔 다목적 테이블만 남는다. 탑승자는 시선 추적 기능을 통해 차량과 직관적으로 소통하고 VR(가상현실) 고글을 통해 다양한 즐길 거리를 누릴 수 있다.
혼다의 주력 전시물은 자동차가 아닌 ‘배터리’였다. ‘모바일 파워 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대용량 배터리는 전기자동차나 스쿠터는 물론, 가전제품에 전기를 공급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혼다는 전시 부스에 모바일 파워 팩을 설치해 놓고 관람객들이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충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혼다는 그밖에 운전자가 바꿔 앉지 않아도 교대할 수 있도록 운전대 위치가 움직이는 ‘증강운전 기술 장착’ 콘셉트카도 공개했다.
자동차업체들의 부스가 모여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노스홀에는 특이하게도 헬리콥터 제조사 ‘벨’의 자리도 마련됐다. 벨은 우버의 에어택시용 항공기 ‘넥서스 4E’를 전시해 현대차의 ‘S-A1’와 함께 화제를 모았다.
목업 모형에 가까운 ‘S-A1’와 달리 ‘넥서스 4E’는 관람객이 타볼 수 있도록 내부 공간까지 마련해 놓았고, 로터가 비행과 이착륙 모드로 꺾이는 모습도 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