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데일리안 결산] 로드숍 부진 속 중국 내 입지 흔들…'K뷰티' 위기론
입력 2019.12.27 06:00
수정 2019.12.27 05:58
화장품 로드숍 생존 위기…폐점 늘고 매출 줄고
흔들리는 K뷰티 위상…中시장서 일본이 한국 자리 꿰차
화장품 로드숍 생존 위기…폐점 늘고 매출 줄고
흔들리는 K뷰티 위상…中시장서 일본이 한국 자리 꿰차
2019년은 화장품 업계에게 악전고투의 해였다. 사드 보복과 한한령 여파가 끝나지 않았고, 중국시장에서는 J뷰티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반기엔 뷰티공룡 세포라가 상륙하는 등 중국시장은 물론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그러나 북미, 동남아, 유럽 등 그동안 불모지로 여겨졌던 세계 각국으로 한국화장품이 진출하면서 K뷰티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날개 없는 추락… 침체기 빠진 로드숍
뷰티업계는 올 초부터 로드숍의 몰락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한때 명동 거리를 점령했던 화장품 로드숍들이 자취를 감췄다.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이들에 의존하던 화장품 로드숍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 H&B(헬스앤뷰티)스토어와 신흥 뷰티 편집숍들의 확장세에 밀려 화장품 로드숍들은 하루 2.5개꼴로 문을 닫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 주요 화장품 로드숍 매장은 지난해 4167개에서 올해 10월 3433개로 줄었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로드숍 브랜드의 전설 스킨푸드는 한때 500여곳에 달했던 매장이 올해 85곳으로 줄어들었다. 잇따른 투자 실패와 수익 악화로 지난해 10월 회생절차를 밟았고, 최근엔 조윤호 전 스킨푸드 대표가 12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J뷰티에 왕좌 내준 K뷰티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고전하는 사이 일본 화장품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한국은 올 들어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줬다.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일본의 대중(對中) 화장품 수출액은 올해 1분기 7억7000만달러(약 9300억원)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프랑스(7억3000만달러·약 8800억원), 3위가 한국(7억2000만달러·약 8700억원)이었다. 지난해 한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나 올 들어 3위로 밀려났다.
시세이도 등 일본 화장품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20% 낮추는 등 중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에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화장품 붐이 불기 시작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중국에서의 J뷰티 인기가 동남아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멜트워터'가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의 '소셜미디어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했더니 J뷰티(58.7%)가 K뷰티(21.9%)를 크게 앞질렀다.
'뷰티공룡' 세포라, 국내 시장에 메기효과?
하반기에는 뷰티 편집숍의 원조 격인 '세포라'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뷰티 업계에 전운이 감돌았다. 세포라는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몰에 첫 매장을 열고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1969년 프랑스에서 출범한 세포라는 1997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인수됐다. 현재 34개국에 26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독점 및 자체브랜드(PB)와 체험 서비스가 세포라의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화장품 업계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운영 형태와 고객층이 겹치는 시코르는 명동에 지역 두 번째 매장을 내며 세포라 2호점인 명동점과 정면 승부를 선언했고, 올리브영은 지역 맞춤형 매장과 온·오프라인 구매 연계 서비스를 강화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체험 전용 매장인 ‘아모레 성수’를 열었고, 체험 공간을 보강한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을 늘리고 있다.
일각에선 로드숍, 편집숍 할 것 없이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반적으로 사드 여파를 극복해나가는 추세이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불모지였던 중동, 중남미 등의 국가로 진출이 활발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K뷰티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아서 힘들었던 한 해였다"면서 "하지만 미개척지였던 중동과 중남미, 북미 등 여러 시장으로 한국 기업들의 화장품이 진출하고 있어 K뷰티 영토는 더욱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