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합원조차 반대하는 르노삼성 노조 파업
입력 2019.12.26 07:00
수정 2019.12.25 20:38
노조원 절반 이상 파업 불참
다수의 지지를 잃은 파업 능사 아니야
노조원 절반 이상 파업 불참
다수의 지지를 잃은 파업 능사 아니야
파업찬성 66.2%. 애초에 지지율이 높지 않은 싸움이 될 터였다. 예상보다 적은 찬성표에 파업 동력을 잃었다는 분위기가 짙었다. 설마 파업까지 이어질까,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노사 상생 선언을 선언한지 6개월 만에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기어코 파업을 선언했다. 올해 두 번째 파업, 자동차 업계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르노삼성 노사의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은 해를 넘긴 올해 6월 간신히 타결됐다. 이 과정 속에서 올해 첫 번째 파업이 일어났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주장했지만 끝내는 동결로 한 발 물러서며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대신 2019년 임금협상만큼은 꼭 기본급 인상을 받아낼 것이라는 대단한 각오가 있었을 것이다. 올해 또다시 기본급 인상에 난항을 겪자 노조는 실망했고 이 상황은 결국 66%의 파업 찬성을 이끌어 냈다.
회사가 돈을 잘 버는데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그 이익을 나누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겠으나 안타깝게도 르노삼성의 상황은 좋지 않다. 1~11월 르노삼성 생산은 전년 대비 24.2%나 감소한 15만2439대에 그쳤다. 완성차 업계 중에서 두 자릿수 이상 생산이 급감한 회사는 르노삼성 뿐이다. 연 20만대 생산에서 절반을 책임지던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 종료가 다가왔으나 이를 대체할 신차 ‘XM3’ 해외수출물량 배정은 깜깜 무소식이다.
돈을 더 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으나 노조원들은 회사의 어려운 상황 또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노조 내부에선 실질적 이득 없이 파업을 강행하는 강경파 노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는 절반 이상이 파업을 거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23일 파업 첫날엔 오전 기준 전체 출근 대상 근로자 1450명중 1150명이 정상출근. 다음날 24일엔 전체 근무자 2172명 중 1533명이 출근했다.
르노삼성이 기본적으로 국내 다른 완성차업체에 비해 기본급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현 상황에서 임금 인상을 고집하다가는 노사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당장 거위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낸다면 잠깐은 달콤하겠으나 내일부터 황금알은 얻을 수 없다. 조합원들은 알고 있는 것을 노조 집행부는 왜 모른척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