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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로…3권분립 훼손 格하락 논란

이충재 기자
입력 2019.12.18 01:00
수정 2019.12.18 00:27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출신 인사를 국무총리로 지명

文대통령 "주저했으나 야당과 협치, 국민통합 더 중요"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출신 인사를 국무총리로 지명
文대통령 "주저했으나 야당과 협치, 국민통합 더 중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2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로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갖기 위해 국회 본청에 들어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지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인사발표를 하는 것만큼이나 인사결정 과정에서 '주저했었다'는 속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사를 행정부 2인자로 앉히는 것에 대한 법리적‧정치적 논란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 협치'와 '국민 통합'이 더 중요하다면서 정 전 의장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국내외 환경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새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전직이긴 하지만 국회의장 출신이기에 적절한지 고심을 했는데,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을 따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하는 판단이었다"면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지명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반발 "3권분립 파괴한 의회에 대한 폭거"

이에 정치권에선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행정부 2인자로 가는 것에 따른 '3권분립 훼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장 '행정부 권력 감시'라는 국회의 역할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야를 떠나 국회 차원의 반발도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 전 의장과 함께 각각 산업부장관과 법무부장관으로 내각 멤버였던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입법부 수장을 했던 정 전 의장을 행정부의 2인자로 삼겠다니, 3권분립의 정신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나"라며 "유신독재 시절에나 있음직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3권분립의 국회 최고 책임자가 대통령 하수인으로 가는 게 말이 되나", "3권분립을 파괴한 의회에 대한 폭거다", "국회 자존심을 뭉개는 것이다"는 등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더욱이 정 전 의장이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낸 만큼, 의전 서열 5위인 국무총리로 가는 것에 대한 '격(格)'논란도 함께 제기된다. '총리 0순위' 후보로 거론됐던 유력 여권인사가 친문핵심지지층의 반발에 뒤집힌 것과 맞물려 '격' 보다는 진영논리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인사청문회 무사통과?…"표결 진통 겪을 것" 전망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두고도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여권에선 6선 의원의 정치선배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무탈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이래 현직 국회의원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에도 '현역불패' 신화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 야당은 정 전 의장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장관 후보자와 달리 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임명동의안이 가결돼야 임명될 수 있다. '3권분립 훼손' 논란 등이 확산될 경우,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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