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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퇴장?’ 여우 뺨친 박항서 감독 심리전

김윤일 기자
입력 2019.12.11 11:11
수정 2019.12.12 08:23

인도네시아 꺾고 동아시안게임 축구 우승 차지

후반 중반 이후 퇴장 불사하며 심리전 구사

박항서 감독은 심판에 격하게 항의하다 퇴장 조치를 받았다. ⓒ 뉴시스

퇴장까지 불사한 박항서 감독의 심리전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열린 ‘2019 SEA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무려 60년 만에 맛보는 동남아시안게임 우승이었다. 베트남은 남베트남 소속으로 참가했던 1959년 초대 대회 우승 후 지금까지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고 있다가 박항서 감독을 앞세워 영광의 시대를 맞았다.

앞서 조별리그서 인도네시아를 격파했던 베트남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움켜쥐었고 박항서 감독이 구상해온 대로 공격을 전개했다.

골이 나온 과정도 다양했다. 세트피스부터 크로스에 의한 연계까지, 다양한 공격 루트를 선보인 베트남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몇 수 위 축구를 선보이며 우승팀의 자격이 있음을 입증했다.

베트남은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장신 수비수 도안 반 허우의 헤더로 포문을 연 베트남은 후반 14분과 28분 연속해서 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박 감독이 퇴장 당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박항서 감독은 3-0으로 앞선 후반 32분 심판 판정에 격하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고 벤치에서 쫓겨났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베트남을 향해 거칠게 대응했다. ⓒ 뉴시스

하지만 이는 박항서 감독이 펼친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밀린 인도네시아는 빠른 템포의 베트남 공격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자 거친 파울과 몸싸움으로 저지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주심은 경고장을 아껴둔 채 방관할 뿐이었다.

스코어와 남은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박항서 감독의 과도한 흥분은 계산된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기 종료까지 약 10분 정도 남은 상황인데다 우위를 점하고 있어 감독 본인이 없더라도 충분히 3골차 리드를 지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까지 잡을 수 있었던 계산이다. 아무래도 감독이 퇴장까지 당할 정도면, 주심 입장에서도 좀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인도네시아 선수들 역시 움츠려드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박 감독 퇴장 이후에는 이렇다 할 신경전 없이 경기가 마무리됐다.

감독의 심리전은 종목을 막론하고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단을 장악하기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 윽박질러야 할 선수, 다독여야할 선수 등을 사전에 치밀하게 분석했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대응 방식을 펼쳐 ‘원 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박항서 당시 코치는 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당사자로 감독의 심리전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제대로 배운 인물이다. 뛰어난 지도력과 함께 마인드 컨트롤에도 능한 박항서 감독의 능력치가 그라운드를 지배했던 결승전이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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