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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없을 하락장, FA 계약 늦출수록 손해?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9.11.29 07:43
수정 2019.11.29 10:17

정우람 4년 39억 원 계약으로 거품 걷힌 FA 시장

전준우, 오지환 등 남은 대어급 선수들 여전히 평행선

이번 FA 시장의 여론은 결코 선수들 편이 아니다. 계약에 이르지 못한 대어급 FA 안치홍(왼쪽부터)-전준우-오지환-김선빈. ⓒ 뉴시스


지난해부터 하락 조짐이 나타나던 KBO리그 FA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KBO리그는 최근 몇 년간 시장 규모와 선수 수준에 걸맞지 않게 FA 선수들의 계약 액수가 비대하다는, 일명 ‘몸값 거품’ 현상이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결국 지난 시즌 특급 FA였던 양의지(4년 125억 원)와 최정(6년 106억 원), 그리고 우승 프리미엄을 받았던 이재원(4년 69억 원)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거품 시대’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액수에 계약했다.


특급 FA가 없는 올 시즌에는 하락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1차 FA 당시 거액의 돈을 손에 넣었던 KT 유한준과 한화 정우람은 각각 2년 20억 원, 4년 39억 원에 잔류, 절반 이상 줄어든 액수를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이 두 선수는 30대 중반을 넘은 나이가 최대 걸림돌이었는데, 최근 심상치 않은 기류를 직감한 듯 계약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최대어로 분류된 이들은 롯데 전준우, LG 오지환, KIA 안치홍과 김선빈으로 이들 모두 이적보다는 원소속팀 잔류가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보상 선수(20인 보호 선수 외 1명)의 출혈을 감수할 정도로 매력적인 매물이 아닌데다 보상금액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공급의 가격이 떨어지는 게 시장 논리의 기본 원칙이다. 게다가 올 시즌은 뚜렷한 하락장으로 50억 원 이상의 계약이 크지 않아 보였던 예년과는 분명히 다르다.


갖고 있는 물건의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손을 떼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FA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선수들 입장에서는 기대 이하의 몸값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의 상황은 유동적이며 흘러가는 흐름을 볼 때 시간을 끌어서 좋은 쪽은 결국 구단이 될 전망이다.


정우람의 39억 원 계약은 FA 거품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 한화 이글스


여론도 선수들 편이 아니다. 야구팬들은 가뜩이나 높은 선수들 몸값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6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원한다는 오지환 에이전트의 발언에 팬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4년간 특급 활약을 펼쳤던 정우람의 39억 원 계약은 FA 시장의 거품이 빠졌음을 의미한다. 이제 구단들도 무작정 돈을 퍼주기보다는 철저히 합리적인 계약을 내세우고 있다.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빅4’ 선수들 중 가장 먼저 도장을 찍는 선수가 그나마 손실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타 구단들이 이를 근거로 몸값을 더 낮출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내세웠던 ‘진정성’과 자존심을 높여주려고 구단 간 펼쳤던 ‘눈치 싸움’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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