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임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입력 2019.10.28 06:00
수정 2019.10.28 05:42
바이오젠, 임상 중단됐던 ‘아두카두맙’ 부활 예고
신라젠, 코오롱 등도 기사회생 가능성 있어
바이오젠, 임상 중단됐던 ‘아두카두맙’ 부활 예고
신라젠, 코오롱 등도 기사회생 가능성 있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중단 이후에도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 신약 개발 재추진을 위한 불쏘시개로 삼고 있다.
치매신약 아두카두맙의 임상 중단을 선언한 바이오젠이 7개월 만인 지난 22일(현지시간) 공동 개발사인 에자이와 2020년 미국에 신약 승인 신청(BLA)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젠은 지난 3월 두가지 임상 3상 ENGAGE, EMERGE에서 아두카누맙이 평가 변수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낮다는 무용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임상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무용성 진행 평가는 개발중인 의약품이 치료제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시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임상3상에서 나온 추가적인 데이터를 포함해 광범위한 세트를 분석한 결과 아두카누맙 프로그램 부활을 결정했다.
EMERGE 연구에서 임상적 인지 저하 감소에 대한 1차 평가변수가 충족됐다. 고용량 아두카누맙을 복용한 일부 환자의 결과, 인지저하를 유의미하게 늦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아두카누맙을 투여한 환자가 기억, 지남력(사람·장소·시간에 대한 사고 능력), 언어능력 같은 인지 및 기능 평가지표에서 혜택을 경험했고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현재까지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이 모두 실패한 상황에서 아두카누맙의 부활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미국연구제약공업협회(PhRMA)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까지 20년간 개발이 중단된 알츠하이머병 신약후보물질은 146건에 달한다. 그러나 약물 투여로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거나 오히려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례, 뇌에 부종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치매 신약 후보 물질은 모두 기초 연구나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어 임상까지 진행됐지만 막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3상까지 통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개발이 중단되거나 실패한 약물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미약품은 비만·당뇨치료제 후보물질 HM12525A를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 됐지만 지난 7월 권리가 반환됐다. 얀센은 2건의 비만환자 대상 임상 2상 시험에서 일차 평가 지표인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으나,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에서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해당 약물의 권리 반환을 한미 측에 통보했다.
한미는 HM12525A가 임상2상을 통해 비만 치료제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개발 방향을 조만간 다시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에게 혈당 조절에 대한 수요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임상3상에서 좌절한 신라젠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분위기다. 신라젠은 지난 8월 '펙사벡' 무용성 평가에서 당초 기대했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임상 3상을 접었다.
신라젠은 “임상 3상 조기 종료는 펙사벡의 문제가 아닌 항암 바이러스와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치료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며 “유방암과 소화기암 등 다른 적응증을 대상으로 하는 펙사벡의 추가 임상과 라이선스 아웃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서 임상 성공을 통해 기사회생을 노리는 코오롱생명과학도 있다. 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인보사가 인정을 받는다면 국내에서 재임상이나 동등성 시험 등을 거쳐 재판매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미국에서 시판이 허용되면 미국산 인보사를 국내에서 수입할 수도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임상 3상에서 연달아 실패를 맛보고 있지만, 케이스별로 실패 원인은 모두 다르다”며 “임상 과정에서의 실패는 산업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며, 충분히 다른 적응증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