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ck]악플·평점 전쟁터 된 '82년생 김지영'
입력 2019.10.25 08:37
수정 2019.10.25 08:37
밀리언셀러 원작으로 해 화제
"현실 공감" vs "남녀 갈등 조장"
밀리언셀러 원작으로 해 화제
"현실 공감" vs "남녀 갈등 조장"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 세상의 많은 김지영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네이버 아이디 js****)
"42년생 김순자가 더 슬프고 시대공감에 맞을듯."(ad****)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평점 10점과 1점을 준 누리꾼의 극명한 평가다.
24일 네이버 영화사이트에서 집계된 이 영화의 네티즌 평점은 5.38점이다. 성별 만족도에서 남성이 1.70, 여성이 9.45점을 나타냈다.
'82년생 김지영'을 두고선 온라인에서 치열한 성대결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 이런 논란은 동명의 원작 소설에서 비롯됐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엄마, 남편의 첫사랑 등으로 빙의된 증상을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 씨와 가족들의 삶을 다뤘다.
이 책은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을 세밀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얻어 출간 2년여 만에 100만부를 돌파했다.
소설은 '젠더 이슈'를 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공감을 얻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페미니즘 논란'을 일으키며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책을 비판하는 독자들은 "여성에게 유리한 이야기는 빼놓고, 불리한 이야기만 쓴 채 성차별로 규정한다", "내용이 너무 작위적이고 비약이 심하다", "여자만 힘드냐, 남자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영화화가 확정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소설을 영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특정한 성별이 갖고 있는 사회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이 영화화돼서는 안 된다"며 영화 제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된 이 영화는 매끄러운 각색으로 소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얻는다. 원작자인 조남주 작가도 인정했다. 소설은 다소 냉소적이고 비관적으로 흐른 반면, 영화는 따뜻한 결로 등장인물 모두를 어루만진다.
무엇보다 소설은 여러 통계를 활용해 '여성' 김지영에 초점을 맞췄지만, 영화는 김지영에서 더 나아가 김지영과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을 보여준다. 김지영의 남편 대현도 원작보다는 더 자상한 남편처럼 느껴진다.
김지영이 겪는 차별도 누구의 탓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모순 때문이라고 영화는 얘기한다. 이 때문에 원작을 읽은 관객들은 "영화보다 훨씬 낫다", "소설의 단점을 영화가 메워준다", "이걸 왜 페미니즘과 연결시키는지 모르겠다. 그냥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관객들의 호평에도 영화에 대한 편견에 따른 무분별적인 비난은 이어진다. 영화를 응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악플과 추측이 나온다.
주연으로 나선 정유미-공유와 같은 소속사인 수지, 최우식은 영화를 응원했다는 이유만으로 화제가 됐다.
장범준은 아내 송승아가 SNS에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글을 올리자 '???'이라는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주목받았다. 온라인에서는 물음표 하나에 온갖 추측이 나온 상황이다.
사회적 화두인 젠더 이슈와 맞물린 '82년생 김지영'은 남녀 간 치열한 공방의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양경미 평론가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한 페미니즘을 강조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는다"며 "한 부부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영화를 평가했다.
이어 "이 영화를 둘러싸고 일어난 논란은 '젠더 이슈' 때문"이라며 "여성고용할당제가 나오면서 특히 젊은 남성들은 '역차별'을 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82년생 김지영'은 남성들에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반감으로 영화를 보기도 전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는 것 같다"며 "소설은 여성 한 명에게 집중하지만, 영화는 여성과 그 주변 사람들 전체를 본다. 영화를 본다면 남성 관객들의 반응이 영화를 보기 전보다 조금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