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화해 무드'에도 해운사 웃지 못하는 이유
입력 2019.10.23 06:00
수정 2019.10.23 05:47
미·중 '미니딜' 합의에도 불확실성 남아
벌크선 운임 지지부진…中 곡물 수요 제한적
미·중 '미니딜' 합의에도 불확실성 남아
벌크선 운임 지지부진…中 곡물 수요 제한적
지난해 7월 관세폭탄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최근 화해 무드로 전환되면서 해운사들이 반색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과 관세를 보류하는 대신 중국이 약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이기로 하면서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산물 구매 관련 구체적인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데다 중국의 주요 수입 농작물 중 하나인 대두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돼지 개체수가 줄어 물동량이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와 미국의 중국산 제품 추가 관세부과(25→30%) 유예를 맞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미니딜(Mini deal)' 합의가 이뤄졌다.
해운 물동량 감소 원인으로 지목되온 관세 리스크가 제거되고 중국이 미국산 농작물을 대거 구매키로 하면서 벌크선사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중국이 미중 곡물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두(soybean) 수입을 늘림에 따라 4분기 벌크선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이 400억~500억달러어치 구매를 약속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양국의 협상 쟁점인 미국 기업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지적재산권 보호, 환율조작국 철회 등의 합의가 남아있는 만큼 얼마든지 결렬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욱이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농산물 품목과 시기가 구체화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특히 돼지 사료로 사용되는 대두는 중국의 돼지열병으로 돼지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데다 미국의 올해 대두 잡황도 좋지 않은만큼 예상 보다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현재 미국 곡물환경이 좋지 않아 대두 물량이 넉넉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해운 시황이 약세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지수는 이달 11일 1924에서 18일 현재 1855를 기록, 일주일 새 69포인트 떨어졌다. 케이프사이즈와 파나막스 지수도 각각 3064, 1840으로 226포인트, 76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시황 반등 보다는 약보합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케이프 사이즈는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 교체 수요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나 파나막스 운임에 영향을 미치는 곡물과 석탄은 물량 조절로 연말까지는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