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서 '극진 환대' 받고, 평양서 '깜깜이 축구'로 보답한 北
입력 2019.10.16 02:00
수정 2019.10.16 06:03
無관중·無중계에 선수단에도 텃세…'깜깜이 축구'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에 제공했던 환대와 비교
野 "문재인 정권 대북정책의 현주소…국민들 분통"
無관중·無중계에 선수단에도 텃세…'깜깜이 축구'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에 제공했던 환대와 비교
野 "문재인 정권 대북정책의 현주소…국민들 분통"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대한민국과 북한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경기가 결국 관중도, 중계도 없는 비정상적 ‘깜깜이 축구’로 치러졌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가 열린 15일 한국 선수단은 간단한 팀 미팅 및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3시 30분 경기가 열리는 김일성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현지에 있는 선수단과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대략적인 일정 이외에 선수단과 관련된 어떠한 상황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원활한 인터넷 환경도 주어지지 않았고, 전화도 북측에서 남측으로 발신하는 것만 허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측의 비협조로 인해 생중계가 무산됨에 따라 실시간 경기 진행 상황을 현지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보내주는 이메일에 의존해 파악해야 했다.
경기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는 남측 기자 및 외신 기자들이 모두 배제되고 북한 기자 5명만 참석해 진행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명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기 자체도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어느 나라에 원정경기를 가도 ‘홈 텃세’라는 것이 일정 부분 존재하지만, 이 정도로 선수단이 홀대 받은 적은 근래 들어 처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러한 홀대는 불과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우리가 북한 선수단에 제공했던 환대와 극명하게 대립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시 북한은 선수단을 포함해 응원단, 기자단, 북한 조선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등 299명의 인원을 파견해 3주간 체류했고, 우리 측은 이들의 체류에 필요한 각종 편의 제공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야권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안일한 대북정책을 꼽으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가”라며 “평창올림픽 때 북한 선수단·응원단·예술단의 숙식교통비까지 대주며 환대한 문 정부는 그렇게 간, 쓸개까지 다 내어줄 듯 했는데 돌아온 건 ‘깜깜이 축구’”라고 꼬집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은 체육을 통한 남북관계의 개선을 늘 강조해왔지만 정작 우리 취재진의 방북도 어렵고 우리 응원단은 북한에 가지도 못한다”라며 “오직 우리 선수단만이 김일성 경기장에 가서 축구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스포츠는 정치 도구일 뿐인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잘못된 일들에 정부는 속수무책”이라며 “축구경기를 보지 못하는 국민들은, 문 정권의 대북정책 현주소를 확실히 보고 있다. 이 정권의 무능함을 생생히 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의 현주소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더 이상 남북관계에 대한 환상을 가져선 안 될 것이다”라며 “정부는 경기 생중계를 북한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일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