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돼지고기 열병 후폭풍…"자영업자·소비자 부담만"
입력 2019.10.11 06:00
수정 2019.10.11 05:29
소고기와 닭고기의 판매량 증가…가격도 폭등
ASF 사태 장기화…자영업자, 소비자 부담 가중
소고기와 닭고기의 판매량 증가…가격도 폭등
ASF 사태 장기화…자영업자, 소비자 부담 가중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돼지고기 수급 불균형과 소비 둔화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폭락한 반면 대체품인 수입육과 소고기, 닭고기 등은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상륙한 이후 지난달 18일 6201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5657원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이달 2일부터는 3000원대로 떨어졌다. 이는 돼지열병 발병 이전인 지난달 16일(4403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돼지열병 확산 여파로 소고기와 닭고기의 판매량이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수입 소고기 매출은 75.4%, 닭고기 매출은 3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닭고기는 도매가격은 kg당 1600원을 기록했다. ASF발병 이전인 지난달 16일 697원에 비해 두배 이상 급증했다.
소고기도 kg당 도매가격이 1만8065원으로 지난달 16일과 1만4596원에 비해 3000원 이상 상승했다.
당분간 돼지고기 수급 부족과 대체육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형마트들이 돼지고기 소비 촉진을 위해 일제히 삼겹살 판촉 행사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돼지고기 보다는 가격이 비슷한 수입 소고기나 닭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더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 한 대형마트 축산코너에서 장을 보던 주부 A씨는 "돼지고기 자체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먹기 꺼려지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ASF 확산으로 돼지고기 대신 가격대가 비슷한 수입 소고기와 닭고기를 구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와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한 회식 감소 등으로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돼지열병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직장인 점심 인기 메뉴인 제육볶음을 찾는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고, '국민 메뉴'인 삼겹살은 일시적인 기피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 중인 B씨는 "고기 비축량이 많지 않은데 하루가 다르게 고기 가격도 들쑥날쑥 해 가격인상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가뜩이나 불경기에 돼지열병까지 겹치면서 손님이 절반으로 끊겨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생고기 전문점의 경우 냉장 보관을 하다 보니 장기간 비축이 어렵고, 도매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아 그날 그날 도매시세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 이상 손을 쓸 방도가 없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외식 프랜차이즈 등은 돼지열병으로 인한 가격 변동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돼지열병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재인 소· 닭고기 소비증가와 함께 가공식품의 가격인상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외식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가격인상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돼지열병에 따른 대체재로서 닭고기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면 업계 전반적으로 닭고기 가공품 가격인상 여지는 있다"고 귀뜸했다.
따라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장기화될 경우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이후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와 닭고기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장기화될 경우 육류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