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황의조-황희찬, 공격 3인방 공존?
입력 2019.10.10 00:03
수정 2019.10.10 14:10
약체 스리랑카 대결 앞두고 동시 출격 기대
지금까지 이토록 풍성한 공격 자원은 없었다.
한국 대표팀의 공격수 손흥민(27·토트넘), 황의조(27·보르도), 황희찬(23·잘츠부르크)가 최근 유럽 무대에서 연이은 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드높이고 있다.
이만하면 재료는 충분하다. 어떻게 요리하느냐는 감독의 몫이다. 3명의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 있을까.
한국은 오는 10일 스리랑카(화성), 15일 북한(평양)과의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앞두고 있다.
벤투호는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투박한 빌드업, 답답한 공격 전개, 상대 밀집 수비에 대한 공략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손흥민도 실망스러웠다. 손흥민이 공을 잡는 순간 공격 템포가 떨어졌다. 토트넘에서와는 다르게 슈팅을 아끼고 패스의 비율을 늘렸다. 주장 완장을 찬 이후 책임감을 느낀 탓인지 매우 이타적으로 변한 손흥민이다.
가장 큰 장점인 슈팅 빈도, 득점력 저하는 공격력 감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은 벤투호 출범 이후 겨우 1골에 머물고 있다. 공격진에 대한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는 황의조, 황희찬의 상승세다. 손흥민과 더불어 세 명의 공격수가 올 시즌 소속팀에서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황의조는 지난 여름 프랑스 보르도로 진출한 이후 자신의 몸에 맞지 않은 측면 윙포워드로 출전하고 있지만 2골 1도움을 올리며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황희찬은 물이 올랐다. 지난 3일 리버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세계 최고의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를 제치고, 환상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황희찬은 챔피언스리그 2골 3도움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리그 5골 6도움, 컵대회 1도움을 포함, 총 7골 10도움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 역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올 시즌 도합 3골 2도움으로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이제 팬들은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이 모두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셋 중 1명이 벤치로 밀려난다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실패 이후 플랜 A인 4-2-3-1 대신 4-1-3-2를 실험한 바 있다. 아시아 약체팀 맞춤형으로 밀집 수비를 분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포메이션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는 4-1-4-1을 가동했고, 경기 도중 잠시 4-1-3-2로 변화를 꾀한 바 있다. 원톱과 투톱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혼용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강팀과 상대했다면 공수 밸런스를 고려할 때 무게감이 너무 앞으로 쏠린다. 하지만 이번에 벤투호가 상대할 스리랑카, 북한은 아시아에서도 약체에 속한다. 두 팀 모두 밀집수비를 형성할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감행하려면 세 명의 공격수를 출전시키는 조합을 그려볼 수 있다.
황의조는 이미 벤투호에서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은 상태다. 에이스 손흥민은 최전방과 2선을 넘나들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황희찬은 아직까지 입지가 모호하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최전방 공격수, 2선 윙어, 심지어 윙백으로도 실험 대상에 올랐지만 이렇다 할 결실을 맞지 못했다. 황희찬은 측면보다 최전방이 어울린다는 게 최근 소속팀 잘츠부르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황의조, 황희찬이 투톱으로 나서고, 2선의 가장 윗 꼭짓점에서 손흥민이 출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황인범이 한 단계 밑으로 하향 배치되어야 한다. 부상에서 회복한 '벤투호의 황태자' 남태희가 오랜만에 이번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것은 변수다. 벤투호 출범 초기에 남태희는 주로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매 경기 선발 출장한 바 있다.
현재 벤투호의 1선과 2선은 매우 풍족하다. 벤투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