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초월회 변질됐다'던 이해찬 대표의 성급한 예단
입력 2019.10.08 04:00
수정 2019.10.08 06:11
與, 초월회 2시간 전 일방적 불참 통보
일각서 조국 비판 피하려는 꼼수 지적
李 빠진 초월회, 정치협상회의 신설키로
멋쩍어진 李, 야4당 합의 수용하겠다 밝혀
與, 초월회 2시간 전 일방적 불참 통보
일각선 조국 비판 피하려는 꼼수 지적
李 빠진 초월회, 정치협상회의 신설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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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여야 5당 대표 모임인 초월회에 불참했다. 초월회가 열리기 2시간 전, 일방적인 통보였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초월회가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태풍피해, 아프리카 돼지열병,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고려해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불참은 이유를 떠나 야당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초월회는 정파를 떠나 정국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매달 첫째주 월요일마다 열린다. 이날 다른 야당 대표는 초월회에 참석하기 위해 사전에 잡혔던 일정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초월회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그의 주장은 초월회 자체도 폄하한 것이다. 장외집회 때문에 불참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초월회의 갈등조정 기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불참했다는 뒷말도 나왔다. 집권여당 대표의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피하기 어렵다. 야당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고 소통하는 것은 여당 대표의 마땅한 역할이다. 조국 사태로 국론이 두 동강 나고, 정치가 실종된 상황을 고려한다면 '만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에 가깝다. 극한 대립 속에서 여야 대표가 한 자리에 마주 앉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는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야당과 마주앉는 자리를 껄끄러워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협의가 필요한 순간 마다 "독선적이다", "야당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나라 걱정은 여당만 하는 게 아니다. 야당이라고 조국으로 분열되는 상황에 아무렇지 않을 리 없다. 실제 야4당 대표는 이날 이 대표 빠진 초월회에서 '정치협상회의'를 신설하고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표는 멋쩍은 상황이 됐다. 그는 뒤늦게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야4당이 합의한 정치협상회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문 의장과 통화를 했고, 당면한 정치현안 논의를 위한 정치협상회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초월회가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됐다던 이 대표의 주장은 결국 성급한 예단으로 결론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