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공효진 "항상 똑같은 연기? 이번엔 달라요"
입력 2019.10.01 08:48
수정 2019.10.02 12:33
'가장 보통의 연애'서 선영 역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
'가장 보통의 연애'서 선영 역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
공효진(39)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가 울 때면 마음이 '울렁울렁' 거리며 같이 슬퍼진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을 이끌어낸다.
무엇보다 그는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이번 작품도 그렇다. 어딘가에 있을 만한 여성 캐릭터가 공효진을 만나 반짝거린다.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10월 2일 개봉)는 전 여친에 미련을 못 버린 재훈(김래원)과 전 남친에 뒤통수 맞은 선영(공효진),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그린다.
영화는 이제 막 최악의 이별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련, 후회, 부노, 부정을 오가는 연애의 민낯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현실적인 대사와 상황, 인물을 배치해 공감을 산다.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공효진을 만났다. 현재 방영 중인 KBS2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 중인 그는 인터뷰 당일 포항에서 비행기 타고 서울에 왔다.
메이크업을 안 했다며 수줍어한 그는 자신이 직접 샀다는 빨간색 마이크를 들고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극 중 선영과 재훈의 관계는 꽤 독특하다. 술만 마시면 연락하는 주사를 가진 재훈은 누군가에게는 '진상'일 법하다. 선영은 어떤 면에서 재훈에게 매력을 느꼈을까.
공효진은 "선영이는 재훈이를 위로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여자"라며 "요즘 남자 같지 않은 순수하고 솔직한 남자다. 멋지게 포장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취향 차이죠. 누군가는 선영이와 재훈을 피하려 할 수 있죠. 관객들이 '내 친구 얘기라고 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담겼어요."
실제 공효진이라면 재훈 같은 남자는 어떨까. "부모님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억지로 돌려 받으려하지 않아요. 저는 사랑을 주고 상대방을 보호하려는 스타일입니다. 직설적이고 불같은 성격이라 기다리지 않고요.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연애 스타일이 바뀌는 듯해요."
작품을 택할 때는 캐릭터보다는 이야기에 끌린다. 이버 재기발랄하고 재밌는 이야기였다. 감독이 어떤 연애를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열린 결말로 담긴 엔딩도 '쿨' 했다. 그는 "대본을 고를 때 내 취향을 배제하면서 고민했는데, 영화 '가족의 탄생'을 계기로 내가 대본 보는 눈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미소 지었다.
'눈사람'(2003) 이후 다시 만난 김래원과 호흡은 신선했다. 김래원과 공효진은 정해진 틀에서 연기하기보다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편이다. 둘이 술 마시는 장면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는 설렘과 웃음을 자아낸다. 김래원과 공효진의 연기 덕에 생생하고 현실적인 장면이 탄생했다. 워낙 현실적인 터라 술이 당긴다.
"저는 상대방에게 잘 맞추는 편이에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둬서 이해가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래원 씨와 호흡은 참 흥미로웠어요. 선영와 재훈이 주고받는 티격태격하는 감정이 영화에 잘 어울렸죠. 알콩달콩한 로맨스보다는 서로 견제하고 탐색하는 부분에서 케미가 살았죠."
실제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공효진은 필름이 끊긴 경험이 없다. 술에 찌들어 사는 재훈의 감정을 잘 몰랐던 그는 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들었다. "저는 술을 좀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져요. 머리도 아프고요.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집에 가서 잔답니다. 정신이 술을 이기는 스타일이죠(웃음)."
영화에선 카카오톡 메시지와 관련된 실수가 담겨 공감을 자아낸다. 공효진은 "난 연예인이라 쉽게 공감할 순 없었지만 일반 관객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고 강조했다.
주체적인 선영은 '사이다' 발언도 이어간다. 특히 재훈 앞에서 그렇다. "선영이는 재훈이를 보고 해볼 만하다고 느꼈을 거예요. 패배감도 엿보였고요. 하하. 선영이는 많이 힘들어하는 재훈을 위로하는 여자예요. 어떤 상황을 해결하는 여자가 선영인 거죠. 둘의 앙상블이 균형 있게 담겼죠."
'가장 보통의 연애'는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다. 공효진은 "영화 속 에피소드가 조금은 강하다"라며 "선영은 여성이라는 성을 무기로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다. 남자, 여자 캐릭터가 균등하게 담겼고 연애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담아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러브, 픽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질투의 화신', '파스타' 등에서 로맨스 연기를 선보인 공효진은 현재 KBS2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 중이다. 공효진이 출연한 로맨스물은 다 흥행했다. '로맨스 흥행 불패'다.
그는 남자 배우의 매력을 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는다. 비결을 묻자 "로맨스 연기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며 "우는 장면도 다르게 표현하려 한다.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공효진의 연기를 두고 '비슷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그는 "나도 걱정하는 부분이지만 다른 연기를 보여주려고 신경 쓴다"고 고백했다. "요즘 저(동백이)를 '고구마'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예전보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을) 많이 바꾸었는데 잘 모르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는 "나도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작품을 선택하고 싶은데 '비슷하다'는 평가 때문에 다른 작품에 도전한 적이 있다"며 "그래도 '동백꽃 필 무렵'에선 많이 노력했다"고 웃었다.
드라마는 로맨스와 스릴러를 절묘하게 엮었다.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정체는 호기심을 자극하다. '까불이'의 정체를 모른다는 그는 "나도 궁금하다"면서 "깜짝 놀랄 정도로 동백이의 과거가 풍성하다. 이야기가 정말 탄탄하다. 영화 속 선영이와 다른 동백이의 매력이 있다"며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동백은 주인공 용식(강하늘)이 첫눈에 반하는 역할이다. 실제 강하늘과는 열 살 차이가 난다. "저도 나이가 있으니 걱정이 돼요. 배우는 입금 전과 후로 달라진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래요. 몸과 마음이 깔끔하게 정돈된답니다(웃음)."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드라마는 꽤 성공했는데 영화는 흥행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며 "'가장 보통의 연애'는 내 친구 얘기를 깊게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200만명은 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