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전 피격…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 ‘촉각’
입력 2019.09.16 13:21
수정 2019.09.16 15:09
사우디 원유 수입비중 29%…수급 차질 우려
재고평가이익 기대‧정제마진 개선 ‘미지수’
사우디 원유 수입비중 29%…수급 차질 우려
재고평가이익 기대‧정제마진 개선 ‘미지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석유시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추면서 국내 정유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드론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쿠라이스의 원유 설비가 가동 중단됨에 따라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가량 원유 생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된다.
사우디는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를 통해 생산차질을 상쇄하고 이른 시일 내 생산 정상화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공격으로 생산차질 규모가 커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산 원유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사는 원유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는 지난해 수입한 원유의 31.1%가 사우디산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도 전체 수입량의 28.3%를 차지했다.
특히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계열사인 에쓰오일은 원유의 대부분을 사우디에서 들여오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유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석유 시장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긴급 승인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비축유 방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사우디 원유시설 파괴에 따라 시장에서 공급량 감소와 가격 상승이 일정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드론 공격으로 국제유가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날 싱가포르거래소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실현으로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통상 2~3개월 전 구매한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이미 사놓은 원유재고분에 대한 평가가치가 높아져 실적에 평가이익이 반영된다.
다만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될 지는 미지수다. 원료가격 상승분만큼 제품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정제마진이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정제마진이 올라가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내리면 그 반대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석유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유가가 급등하게 되면 수요가 감소할 우려가 있다”며 “원유가격 상승에 따라 석유제품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