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MB정부와 타이기록'이 말해주는 것
입력 2019.09.06 02:00
수정 2019.09.06 06:02
조국 임명 강행하면...'MB 강행기록' 어깨 나란히
'도덕적 우위' 무너지기 시작하면 文정권도 '흔들'
조국 임명 강행하면...'MB 강행기록' 어깨 나란히
'도덕적 우위' 무너지기 시작하면 文정권도 '흔들'
문재인 대통령이 17번째 '임명강행 카드'를 뽑을 채비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6일까지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면서 임명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인사청문회 결과나 여론과 관계없이 법적으로 7일부터 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MB 17명, 朴 10명…레임덕 부르는 '도덕성'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4개월 동안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공직자는 16명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10명을 이미 넘어섰고, 이명박 정부의 17명에 근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으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명박 정권에선 도덕성 시비가 뜨거웠다. 위장전입, 자녀특혜, 논문표절 등 각종 의혹에 휘말렸던 후보자들이 만신창이가 됐다. 인사권자는 '법대로 임명'을 강행했고, 여론과 야당의 반발이 공식처럼 반복됐다. 그렇게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 레임덕까지 끌려갔다.
'다를 줄 알았는데...' 뼈아픈 차별화 실패
이제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임명하면 이명박 정부의 '17명 강행' 기록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 '도덕적 우위'를 자신했던 문재인 정부입장에선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문재인 정부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실망감을 안긴 뼈아픈 대목이기도 하다.
"야당의 반대가 심해서 그렇다"고 변명하기엔 야성(野性)의 서릿발이 절정에 달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단 3명의 고위공직자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했다는 점이 말문을 틀어막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남은 임기동안 이명박 정부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도 시간문제다.
'공정‧정의 원칙' 균열 시작된 임계점 도달
'MB타이기록'으로 문재인 정부는 임계점에 도달하게 됐다. 단순히 지지율이 빠지는 산술적 임계점이 아니다. 도덕적 우위의 균열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17번째로 쌓아올린 모난돌에 '공정과 정의'라는 축은 뒤틀렸다. 매서운 민심의 정을 맞아 금이 갈대로 간 돌이다.
조국 지키기에 성공하더라도 공정의 축을 지키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말하기 어렵다. 조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상징일 뿐이다. 위태로운 건 지금껏 정부를 떠받혀온 핵심 축이다. 균열이 누적되면 결국 붕괴로 이어진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정부를 향해 촛불을 들어올린 것이 균열의 위태로운 징조다. "공정과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 "이게 약속했던 나라다운 나라냐"고 촛불이 되묻고 있다. 여권은 대답이 없고 온통 '탓'뿐이다. '문재인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