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니엘 유사연애 붕괴와 채권자 팬덤
입력 2019.08.08 08:30
수정 2019.08.08 08:17
<하재근의 이슈분석> 연예인 입장에선 팬덤이 강력한 양날의 칼
<하재근의 이슈분석> 연예인 입장에선 팬덤이 강력한 양날의 칼
강다니엘을 순식간에 대스타로 만들었던 팬덤이 동요하고 있다. 아이돌 관련 기사에 일반인들은 댓글을 잘 달지 않기 때문에, 강다니엘 기사엔 팬들이 단 응원 댓글 일색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악플들이 많아졌다.
악플 등장 직전에 벌어진 사건은 트와이스 지효와의 열애 인정이었다. 강다니엘 신곡에 대한 평가도 열애 인정 직전엔 호평 댓글도 많았는데, 열애 인정 후엔 거의 다 악평 댓글로 바뀌었다.
과거에도 있었던 현상이다. 아이돌 스타의 팬들은 아이돌 스타와 연애감정에 빠진 것과 같기 때문에 아이돌 스타의 열애를 배신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열애설이 터지면 팬덤이 반토막 난다는 이야기가 그전부터 있어왔다.
요즘 들어선 스타의 열애에 팬들이 관대해졌다고 하지만 강다니엘 사태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니 아이돌 소속사에서 연애금지를 그렇게 강조하는 것이다. 인권침해 사생활통제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려는 고육지책이다.
특히 신인일수록 팬들이 민감하다. 어느 정도 활동기간이 이어지고 30살 정도가 되면 팬들도 연애 문제에 관용적이 돼가고, 30대 중반 정도가 되면 결혼을 권하는 팬들도 나타난다. 이때쯤 되면 팬들과 스타 사이에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 일체감이 생겼을 무렵이다.
과거와 요즘이 다른 것은, 과거엔 연애하는 신인 아이돌에 팬들이 그냥 등을 돌렸다면 요즘은 윤리적인 차원에서 준엄하게 꾸짖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꿈을 향한 열정’, ‘프로다운 성실한 태도’를 찬미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이데올로기가 되었고, 그에 비례해 ‘태만’, ‘나태’, ‘불성실’을 악덕이라고 여기는 풍조도 강해졌다. 그래서 젊은이가 연애하는 것이 아주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신인이 일에 매진하지 않고 한눈을 파는 것은 악덕’이라며 윤리적으로 매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팬덤이 채권자 행세를 하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다가 안 좋아지면 그만 좋아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요즘 팬덤은 안 좋아지면 비난하면서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못 받은 채권자 행세를 한다.
팬덤이 아이돌을 직접 키운다는 육성 문화가 커졌기 때문이다. 조직적으로 음반 사재기, 음원 시장 교란, 인터넷 홍보 등을 열성적으로 해주며 자신들이 스타를 키웠다는 자부심, 스타가 자신들에게 빚을 졌다는 채권자 의식, 그리고 스타와 자신들 사이에 암묵적인 계약이 체결됐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래서 스타가 불성실하거나 팬보다 애인을 더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배신당했다며 공분하는 것이다.
오디션 스타에겐 이런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무명 연습생을 팬들이 오디션 때부터 키웠다고 여긴다. 요즘의 혼탁한 오디션 상황에서 어쩌면 팬덤이 오디션 당시에 부정투표나 매표 행위까지 해가며 선거운동을 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손에 구정물을 묻혀가면서 스타로 만들어 데뷔까지 시켜줬는데 한눈 팔았다며 배신감을 표출한다.
거기에 다중의 목소리가 커진 인터넷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의 수동적인 대중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부당한 것을 성토하는, 힘 있는 다중의 시대. 이러니 팬덤의 목소리도 커지는 것이다.
연예인 입장에선 점점 더 팬덤이 강력한 양날의 칼이 되어간다. 좋을 땐 엄청난 화력으로 밀어주는 만수르급 ‘스폰서’다. 하지만 실망시키면 소송까지 불사하며 공격하는 적대자가 된다. 특히 팬덤 시장이 절대적인 아이돌에겐 팬덤 관리가 가장 중요한 리스크 관리가 됐다.
이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이 놀라운 사례다. 방탄소년단은 팬들을 생각하는 태도를 항상 유지하며 팬덤과의 교감으로 세계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렇게 엄청난 스타가 됐는데도 팬들이 바라는 모습을 유지하는 데 흐트러짐이 없다. 요즘과 같은 적극적 팬덤 시대에 아이돌 지망생의 롤모델이라 할 만하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