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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불륜의 차이(2)


입력 2007.09.12 10:07
수정

여자의 불륜은 가십을 벗어나 재앙...여성에게는 면죄부조차 발급되지 않아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주부들에게 최고 인기가 있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유명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라 모 방송국이 만들고 있는 ‘사랑과 전쟁’이라는 법률 드라마로 가정의 붕괴를 가져오는 이혼에 대한 이야기다.

비단 가정의 붕괴를 가져오는 이혼이라는 문제가 배우자들의 외도에 의한 것 보다는 생활고나 각종 불화가 원인이 되고 있지만 결혼이라는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것은 역시 전자의 원인이 강하다고 하겠다.

필자가 기억하는 강열한 기억중의 하나는 어머니의 사촌 여동생이 찾아와 남편의 외도를 눈물로 호소했었고 시퍼렇게 날이 선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은 외도의 상대자를 찾아가 응징을 가하고 바람난 사촌제부에게는 결혼을 깨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받던 진풍경이 연출되었었다.

그 당시 어머니들은 남편의 외도란 한번 불고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말했었다. 아내가 참아주면 모든 불화는 사라지고 불신으로 금이 간 부부의 관계로 다시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랬을까.

일본작가 요시토모 바나나의 저서 ´불륜과 남미´ 표지
그들의 결혼생활이 끝까지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다만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말하던 어머니 세대들도 이제는 자녀들이 장성하여 결혼하고 부대끼며 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위나 며느리를 맞이하게 된 21세기의 어머니들도 옛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자아가 강해진 세대들의 어머니는 이제 참고 살라고 말리지 않는데 어이없게도 사위의 외도는 참지 못하지만 아들의 외도는 슬며시 눈감으며 며느리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몇 년 전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 떠들썩한 스캔들이 터졌다. 남편과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가 일 년이 넘도록 외간 남자와 딴 살림을 차린 것이다. 부녀회 활동으로 사회참여에 열심이던 그녀가 연하의 자동차 딜러와 눈이 맞아 작은 아파트를 얻어놓고 남편이 출근하면 그쪽으로 가서 살림을 했고 남편이 퇴근을 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아내의 거동에 수상함을 느낀 남편이 출근하는 척 하며 나갔다가 외출하는 아내의 뒤를 밟았다.

드러난 진실은 가혹했다. 아내에게는 남편이 둘이었던 것이다. 집안은 물론이고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큰아이가 당시 백혈병을 앓고 있는 탓에 남편은 아내에게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라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끝내 남편의 집안 어른들은 부정한 여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자도 새로운 사랑과 헤어질 수 없어서 남편과 아이들을 외면하고 말았다. 안타깝지만 그들의 가정은 붕괴되었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큰아이도 혼자서 병마와 싸워야 했다. 다행이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1년 뒤에 그 남편도 재혼해서 현재는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과연 그들의 스캔들을 보면서 부조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성이 바람이 나면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돌아오지 않는 게 아니라 돌아올 수 없는 이유도 강하다. 문제의 당사자들보다도 집안의 일로 불거지게 되고 여자의 불륜은 가십을 벗어나 재앙으로 변하고 만다.

우리 사회에서 여권이 신장되었고 정치권에서 여성가족부의 탄생으로 할 말 다하고 산다고 해도 이처럼 여성의 외도는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의 외도나 기타 부적절한 관계에서 오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살아가라고 오래된 관습을 강요당하고 있지만 정작 여성에게는 면죄부조차 발급되지 않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바람이나 불륜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린 시절부터 유교적 성격이 강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동안 보고 들어왔고 교육을 받았던 내용처럼 일부일처에 대한 도덕적 약속이 강하게 각인되어있는 탓에 혼란과 열정 보다는 편안한 울타리와 같은 가정을 지키는 것이 결혼한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많은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 제 아무리 도덕적인 사람이라도 배우자 아닌 다른 이성에게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의 주변에는 너무도 많은 섹스에 대한 호기심과 정보로 넘쳐나고 있고 실제로 외도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대중매체를 비롯한 인터넷이라는 유저들의 천국이 오늘날 가장 많은 트러블을 불러들이고 있는데 정신적 외로움을 달래려고 인터넷 채팅을 시작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가벼운 바람으로 시작해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어버리는 불륜의 늪으로 우리는 쉽게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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