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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편식' 시중은행… 중금리대출 있으나마나

박유진 기자
입력 2019.07.25 06:00
수정 2019.07.25 06:13

연 10% 중금리대출 실적 제자리걸음

부실 리스크에 고신용자 위주 영업

연 10% 중금리대출 실적 제자리걸음
부실 리스크에 고신용자 위주 영업


주요 시중은행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 현황ⓒ데일리안

시중은행이 자체 기획해 내놨던 중금리대출 상품이 좀처럼 기를 못 펴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경우 관련 실적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부실 리스크 우려에 따라 실적이 확대되지 못한 실정인데, 일부 은행은 정책 상품인 사잇돌대출과 고객군이 겹친다는 지적에 판매를 접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까지 시중은행이 자체 기획해 내놓은 중금리대출 상품은 신한허그론, 하나 이지세이브론, KB행복드림론Ⅱ 정도다. 각각 중금리대출이 활성화되던 2015년께 은행마다 상품을 속속 출시했는데 실적이 높지 않다.

하나은행이 판매하는 이지세이브론은 공급실적은 지난해 기준 1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25억원) 대비 40%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행복드림론Ⅱ의 경우 실적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지만 실제로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지난해 공급 실적은 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억원 늘어났다. 이 상품의 최근 3년 공급 실적을 총 합쳐도 14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한은행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신한허그론의 지난해 공급 실적은 1170억원으로 전년 동기(1054억원) 대비 11% 증가됐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계열사가 협업해 출시한 이 상품은 신한저축은행과 신한은행이 판매 중이다. 신한은행에서 대출 실행이 불가능할 경우 2금융권인 저축은행으로 유도하는 식이다.

중금리대출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10%대 금리의 개인 신용대출을 말한다. 이들 상품 금리는 연 6%에서 16% 수준으로 중금리대출로 볼 수 있다. 은행권은 지난 2015년 정부의 중금리대출 확대 정책에 맞춰 이번 상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연체율 상승 우려와 같은 리스크 부담 때문인지 실적이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 통상 중금리대출은 일반 대출에 비해 연체 리스크가 높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015년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중금리대출인 '위비모바일대출'을 출시했다가 1년 만에 연체율이 3%에 육박하는 등 부실 우려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이 상품에 대해 올해 초까지 상품 개정을 준비했는데 최근 돌연 판매를 중단했다. 위비모바일대출은 우리은행이 SGI서울보증과 협약해 출시한 민간 모바일 중금리대출이다. 서울보증 측의 계약 해지 요구로 지난달 말 대출이 중단됐다. 기존에 출시된 사잇돌대출 등과 고객군이 겹치고 상당수 이용자가 1~4등급의 고신용자라 실효성이 적어 없앴다는 게 은행과 서울보증의 설명이다.

사실 은행의 중금리대출 상당수는 정부가 규정하는 중금리대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가 중금리대출로 인정하는 상품의 기준은 '평균 금리 연 11% 이하', '최고 금리 연 14.5% 이하', '신용등급 4등급 이하 대출자 공급액 70% 이상'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의 대부분은 고신용자에 혜택이 몰리고 있어 '무늬만 중금리대출'에 불과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신용 차주로 대출이 집중돼 사실 중금리로 돈을 빌린 이들의 수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제시한 4등급 이하 차주의 대출 비중 70% 달성은 애초에 불가능한 게임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민간 중금리대출이 기를 못 펴는 사이 보증부대출인 사잇돌중금리대출은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사잇돌대출 공급액은 57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했다. 행복드림론 실적이 5억원에 불과한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사잇돌대출과 사잇돌2 대출의 실행액은 각각 889억원과 258억원을 기록했다.

사잇돌대출의 경우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한 때 서울보증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구조라 기본적으로 은행의 리스크가 적다. 은행은 서울보증에 보험료를 지급하고 채권 회수가 불가능해 손실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는다. 서울보증은 예금보험공사가 약 9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공적자금에 의존해 중금리대출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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