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예선 조편성, 잊지 말자 ‘레바논 쇼크’
입력 2019.07.17 20:06
수정 2019.07.18 08:50
2014년 월드컵 예선 당시 레바논 원정서 충격패
여파로 조광래 감독 경질, 최강희 대행 체제 출범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편성을 마친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가기 위한 첫 출항에 나선다.
아시아 축구연맹(AFC)은 17일 오후 6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하우스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추첨 행사를 진행했다.
추첨 결과 포트 1에 배정된 한국은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등 네 팀과 H조에 배정됐다.
이로써 한국은 오는 9월 10일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시작으로 내년 6월까지 10개월 간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이번 월드컵 2차 예선은 2023년 AFC 아시안컵 예선을 겸한다. 그만큼 조 1위 확보가 중요하다.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은 8개조 1위팀이 3차 예선에 직행하고, 더불어 2023년 아시안컵 본선에 직행한다.
혹시라도 조 2위 이하로 내려앉는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8개조 2위 중 상위 성적 4개팀이 3차 예선에 나서지만 아시안컵의 경우 3차 예선을 거쳐야 한다. 더불어 조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굴욕'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
물론 한국은 축구 역사상 2차 예선(2014 월드컵 예선까지는 3차 예선)서 조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그만큼 아시아 지역의 전력 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최근 아시아 축구는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를 비롯해 중동 축구의 급성장세가 뚜렷하다. 한국 역시 지난 아시안컵에서 최정상까지 도달한 카타르에 덜미를 잡혀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전통의 강호 태국 등 쉽게 볼 수 없는 팀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최종 예선까지 손쉽게 도달했으나 예상 밖의 졸전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2011년 레바논 쇼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 나선 한국은 조광래 감독 체제로 대회를 준비했다.
3차 예선(지금의 2차 예선)에 나선 한국은 쿠웨이트, 레바논, UAE 등 중동팀들과 한 조에 속해 홈&어웨이 6경기를 펼쳤다. 당시 상대국들의 객관적 전력이 몇 수 아래라 무난하게 최종 예선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됐고 2승 1무의 호성적으로 조 1위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2011년 11월, 레바논 원정에서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당시 FIFA 랭킹 31위의 한국은 146위 레바논을 상대로 90분 내내 졸전을 펼쳤고 결국 1-2로 패했다.
이 경기의 여파는 엄청났다. 조광래 감독이 경질 수순을 밟았고 쿠웨이트와의 최종전마저 패한다면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축구협회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최강희 감독을 선임했고 우여곡절 끝에 최종 예선까지 순항하며 본선행 티켓을 잡을 수 있었다.
월드컵 예선은 대표팀 감독들에게 쉽지 않은 평가 무대다. 조광래 감독이 중도 경질된데 이어 2018 월드컵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역시 최종 예선에서의 졸전으로 본선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물론 팬들이 납득할 경기력을 선보여야 계약기간을 오롯이 채울 수 있을 전망이다. 비교적 손 쉬운 2차 예선에서 ‘레바논 쇼크’와 같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곧바로 경질론에 휩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