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추석 10% 공언' 번복?…바른미래당 내홍 격화 조짐
입력 2019.07.16 04:00
수정 2019.07.16 07:21
"분열됐는데 지지율 상승 가능하냐…답변 보류"
지역위원장 직대 임명·총선기획단 발족 시사
"분열됐는데 지지율 상승 가능하냐…답변 보류"
지역위원장 직대 임명·총선기획단 발족 시사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추석 때까지 정당 지지율 10%에 미달할 경우, 당대표에서 사퇴하겠다'는 과거 자신의 발언을 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어있는 지역구에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임명하고, 총선기획단 발족까지 거론한 손 대표의 '마이 웨이' 선언에 바른미래당 내홍이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손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못 미칠 때에는 사퇴한다는 약속이 유효한지 묻는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한 답변을 보류하겠다"며 "분열이 혁신위까지 확대된 상태에서 우리가 지지율을 높인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는 것인지 답변을 드리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추석 전 10% 정당 지지율에 자신의 진퇴를 연동한 과거 발언을 사실상 번복할 가능성을 연 것이다. 나아가 손 대표는 비어있는 지역구에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임명할 뜻을 시사했다.
손 대표는 "사무처에서 지역위원장 보강에 관한 보고가 있었다"며 "책임당원 0.1% 기준을 우리 당의 지지율이 떨어져서 지키기 힘든 상황인 만큼, 0.1%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장래성 있는 사람에게는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겨 조직강화를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혁신위가 당내 계파싸움과 권력투쟁의 연장이라면 이런 혁신위를 계속해야 할 것이냐"라며 "혁신위 활동이 지지부진하고 제대로 되지 못한다면 총선기획단을 당 사무처 중심으로 만들어서 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은 '투 트랙'으로 임명된다. 해당 지역구 인구의 0.1%에 해당하는, 매달 당비 1000원씩을 납부하는 책임당원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지역구 평균 인구가 15~20만 명이므로, 150~200명의 책임당원을 확보해야 한다. 아니면 특정 분야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전문가는 책임당원 비율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심사를 거쳐 지역위원장이 될 수 있다.
손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 두 가지 요건에 미달하더라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임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엄격한 기준으로 지역위원장을 선정해온 것은 손 대표 본인의 최초 의지가 담겨 있던 내용"이라며 "지금 더 이상 충원하지 못하는 지역은 자격미달이거나 책임당원 0.1%를 채우지 못해 보류된 지역만 남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50명도 모으지 못하는 사람이 장래성 있냐"
계속해서 '孫퇴진 여론조사' 혁신안 상정 압박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도 이날 "책임당원 0.1%라면 150~200명 남짓"이라며 "자기 지역구에서 150~200명도 모으지 못하고 특정 분야의 전문성도 없다면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오히려 장래성이 없는 사람 아니냐"고 손 대표 발언의 모순을 꼬집었다.
비당권파 일각에서는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은 최고위의 의결이 없이도 당대표가 협의만 거쳐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손 대표의 '자기 사람' 심기에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역위원장은 당헌·당규상 조강특위가 선정해 최고위에서 의결토록 돼 있다"며 "직무대행은 최고위원들과의 협의를 거쳐 당대표가 임명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기획단 발족은 총선을 '손학규 체제'로 치르겠다는 의사 표시로 비쳐질 수 있다. 추석 전까지 정당 지지율 10%가 되지 않으면 퇴진하겠다는 발언의 번복 움직임과 결부될 경우, 혁신위의 사실상 와해로 불붙은 바른미래당 내홍에 기름을 끼얹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손 대표의 '물러서지 않겠다'는 선언에 비당권파의 예봉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이 불참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은희 최고위원은 "혁신위원장이 공석이라고 해서 혁신위에서 의결된 안건을 최고위에 상정하지 말란 법은 없다"며 "최고위에서 안건이 가결되고 그 뒤에 당대표가 부재하게 됐다고 해서 그 안건이 처리되지 않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당권파를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쌍방의 물러서지 않는 싸움을 '돈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전신 국민의당 때 20대 총선 처음부터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해 3년여 동안 유지해오고 있다. 그 사이 정당보조금이 차곡차곡 쌓인 액수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바른미래당에는 탈당할 수 없는 비례대표 의석이 13석이나 되다보니, 총선이 있는 내년에는 더 많은 정당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선거 직전에 확보할 수가 있다. 결국 바른미래당에 쌓인 돈이 당권을 둘러싼 혈투를 격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임재훈 사무총장은 이날 "그런 분석과 해석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분들이 돈 때문에, 국고보조금 때문에 나가지 않고 당권을 접수하기 위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