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은퇴, 만루 기회가 안겨준 마지막 꽃길
입력 2019.07.14 00:07
수정 2019.07.14 09:18
13일 한화전 끝으로 현역 은퇴
‘만루의 사나이’답게 만루로 타석 마무리
KIA타이거즈 베테랑 내야수 이범호(38)가 생애 마지막 경기를 꽃처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범호는 13일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6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만원 관중 앞에서 마지막 실력을 뽐냈다.
나이가 들면서 어린 후배들에게 기회를 내준 이범호는 자신의 은퇴식이 열린 이날 경기서 지난해 10월 12일 광주 롯데전 이후 274일 만에 마지막 선발출전 기회를 잡았다.
특히 이날 KIA 선수단은 25번 이범호가 수놓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며 이범호의 마지막 경기를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맞대결 상대는 이범호가 프로에 데뷔해 10시즌 동안 활약했던 한화 이글스로 그 의미를 더했다.
2회말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선 이범호는 모자를 벗고 360도로 돌면서 관중들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상대 투수 서폴드와도 정중한 인사를 주고 받았다.
첫 타석부터 볼넷을 얻어 1루를 밟은 이범호는 정근우와도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특히 5회 세 번째 타석이자 선수로서 맞이하는 마지막 타석에서는 운명처럼 만루 기회가 찾아왔다.
이범호는 KBO리그 통산 최다 만루홈런 기록(17개)을 기록할 정도로 현역 시절 ‘만루의 사나이’로 불렸는데 공교롭게도 그 앞에 동료들이 베이스를 가득 채우며 밥상을 차려줬다.
타점 기회를 잡은 이범호는 서폴드의 4구를 노려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타구는 뻗지 못하고 좌익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쉽게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신은 ‘꽃’이라 불린 그의 생애 마지막 타석 때 만루 기회를 선물로 안기며 마지막 꽃길을 선사했다.
이후 이범호는 후배 박찬호와 교체되며 자신의 은퇴 경기를 모두 마쳤다. 마지막 경기 기록은 2타수 무안타 1볼넷.
경기 직후 이범호는 눈물 속에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그는 만원 관중 앞에서 감사를 표했고, “좋은 선수를 만드는 지도자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를 가득 채운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그의 앞날을 축복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던 이범호도 그제야 꽃처럼 밟은 미소와 함께 아름다운 퇴장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