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파국위기] 여야 정치권, 국회 차원 대책 '백가쟁명'
입력 2019.07.09 01:00
수정 2019.07.09 06:04
문희상, 초당적 국회 차원 방일단 파견 제안
윤상현 외통위원장, 일본대사 만나 의견 청취
이종구 산중위원장 "특별법 신호로 정상회담"
문희상, 초당적 국회 차원 방일단 파견 제안
'일왕 사과' 발언에 파국 일조 '결자해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의 보복성 경제제재 조치로 촉발된 한일관계의 파국위기에서 국회와 여야 정치권 차원의 대책이 백가쟁명(百家爭鳴) 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8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국회 차원의 방일단을 제안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문 의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 초당적인 국회 방일단을 파견했으면 좋겠다고 3당 원내대표에게 제안했다"며 "3당 원내대표는 이견 없이 이달 중 (방일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의장도 한일관계 악화에 책임이 있다. 문 의장은 올해 2월 외신과의 인터뷰 도중에 양위(讓位)를 앞둔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전쟁범죄자의 아들"이라 지칭하며 "위안부 피해자에게 일왕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 의장의 발언에 일본 조야가 들끓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은 "한일의원연맹 회장까지 한 사람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심각하다"고 반발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워싱턴 DC를 방문한 문 의장에게 "한일관계 악화가 우려스럽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6선 의원에 한일의원연맹 회장까지 지낸 문 의장의 발언은 결국 당사자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문 의장은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일본인들로서는 일왕까지 거론한 것은 실례라 생각할 것"이라며 사과를 권유하자 "공감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날 문 의장의 초당적 방일단 파견 제안에는 한일관계 악화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윤상현 위원장은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나가미네 대사는 이번 경제제재에 대해 "단지 강제징용자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양국 간 신뢰 관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양국 신뢰 관계가 훼손돼 핵심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관리 규제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나가미네 대사는 지난달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제안한 양국 기업의 공동기금 조성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거부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보다 진전된 안을 가져오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외통위원장, 일본대사 만나 의견 청취
이종구 산중위원장 "특별법 신호로 정상회담"
에칭가스·리지스트·플루오드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경제제재로 우리 산업계에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종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장은 이날 "이 문제는 결국 대통령이 나서 직접 한일정상회담를 해서 대화로 풀어야 된다"며 "특별법을 만들어서 이 문제에 대해서 뭔가 하겠다는 식으로 신호를 보내면 대화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구 위원장은 "지금 우리는 대법원에서 개인들에 대한 청구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청구권 협정으로 이것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하기로 한 것이라는 취지니까 접점을 찾아야 될 것"이라며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 또한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해법이 서로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안보 현안은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모여서 초당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재성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일본경제보복대책특별위원회도 발족했다. 최 의원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입게 될 피해만 생각하고 방어적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며 "이 정도 경제 침략 상황이면 의병(義兵)을 일으켜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은 앞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문제를 논의하자며 소집이 제안된 적 있었지만, 자유한국당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1대1 대화 또는 교섭단체 3당 대표에 국한한 대화를 요구해 이미 결렬된 적이 있다.
한국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한 여야 5당 대표 회동 형식을 또 끄집어낸 것은, 초당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정쟁을 유발할 소지가 있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당은 전날 휴일인데도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이날 최고위에서도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침착한 대응이 요구되는데, 여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무책임한 부분이 있지 않나 걱정스럽다"며 "여당이 초강력 대응책을 이야기하면서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대표도 "'의병을 일으키자'는 식의 감정적 주장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연 이 시점에서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