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사회, '배임논란' 부담…누진제 개편안 의결 보류
입력 2019.06.21 15:46
수정 2019.06.21 16:00
전기요금 누진제 가결에 따른 배임 혐의 부담 작용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적인 논의 통해 결정 예정”
전기요금 누진제 가결에 따른 배임 혐의 부담 작용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적인 논의 통해 결정 예정”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놓고 정부 정책과 배임 논란 사이에서 고민하던 한국전력 이사회가 결국 의결을 뒤로 미뤘다.
김태유 한국전력 이사회 의장(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가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고 가까운 시일 내 추가적인 논의를 해서 결정하기로 했다”며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의결을 보류하고 조만간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전 이사회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한 것은 가부 어느 쪽이 됐건 결정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공기업인 한전이 정부 정책에 반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매년 3000억원 가까운 손실이 불가피한 사안을 이사회가 결정하자니 배임 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앞서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누진구간 확대를 상시화해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최종 권고했다. 3단계인 현재의 누진구간을 유지하되 1kWh당 93.3원인 1단계 구간을 200→300kWh, 187.9원인 2단계 구간을 400→450kWh로 확대하는 안이다.
이번 개편안이 적용되면 1629만가구가 월 1만142원의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받지만, 한전은 매년 2536억~2874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비용부담까지 지게 되면 경영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로 한전 소액주주들은 이사회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가결할 경우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며 경영진을 압박해 왔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 대표는 “한전 이사회는 수년간 전기요금 인상이 아닌 인하에 대해서만 의결을 해왔다”며 “한전이 적자에 빠진 상황에서 적자를 가중시키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배임 혐의로 이사회를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한전도 이를 의식해 전기요금 인하안을 이사회가 의결할 경우 배임행위가 성립되는지를 국내 대형 로펌 2곳에 의뢰했다. 이 결과를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들에게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이사회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가결에 따른 배임 혐의를 벗어나려면 정부의 비용보전 약속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비용보전을 약속하면서도 구체적인 규모‧시기는 못 박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로펌에 질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의 지원약속 없이 이사회가 하계할인 등 요금할인을 의결할 경우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물었다. 한전 이사회가 정부 지원을 약속받고 의결할 경우 배임행위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는 김종갑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7명과 김태유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비상임이사 8명 등 이사회 전원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