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맞은 이인영…소통력 '합격점' 정치력 '아쉬움'
입력 2019.06.08 02:00
수정 2019.06.08 04:12
로키 행보로 野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인 대목 호평
국회 상황 진전 안돼 당 안팎 지적…'결단'에 주목
로키 행보로 野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인 대목 호평
국회 상황 진전 안돼 당 안팎 지적…'결단'에 주목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시험장 밖에서 배회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20대 국회 제4기 여당 원내대표 취임 한 달을 맞은 소회다. 지난달 8일 취임 당시 이 원내대표 앞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으로 촉발된 여야의 극한 대치 정국을 풀어야 할 숙제가 놓여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경청'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공약처럼 당내, 야당, 언론과의 '소통'에 노력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당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인 대목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이 원내대표는 '로키(low-key) 행보'를 보여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의 인사 자리에서 "밥 잘 먹는 동생이 되겠다"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끌어내고, 지난달 12일 '짜장면 회동', 지난달 20일 '호프회동' 등을 진행한 것은 이러한 '로키 행보'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평소 "고집이 세다" "까칠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 원내대표 입장에선 작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원내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까칠하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가끔 어색한 농담을 할 때가 있지만 농담하는 횟수도 늘었다"고 말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당정청 관계에서의 당 주도성과 장악성을 높이려는 행보도 당내에서 높게 평가 받는다. 취임 일성에서 '수평적 당청 구조'를 강조해왔던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에도 '국회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천명하며 당내 호평을 받았다.
당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당내 불협화음 없이 조직적으로 잘 굴러가게끔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당정청 간의 관계 설정과 원내대표로서의 행보가 '민주당 컬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인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달간 국회 상황이 한치도 진전되지 못했다는 점은 이 대표의 '정치력'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거의 매일을 비공개 회동,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나 원내대표와 협상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도 '이 원내대표가 더이상 한국당에 밀려선 안 된다'는 말들이 나온다. '경청'하는 자세와는 별개로 강경론을 통해 한국당의 국회 정상화 동참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 대표의 대야(對野) 메시지가 강해지고 있는 이유다.
그는 "저의 30일보다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100일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였다고 본다"(6월 7일), "국회 정상화를 외면하고 민생을 챙기는 척 코스프레 하다가 뜻대로 안되니 억지를 부린다. 너무 유아틱하다"(5월 30일)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정가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통 큰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총선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이 달, 한국당의 요구 사항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그 '결단'에 정가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