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서도 빛난 이강인…차원 달랐던 탈압박
입력 2019.06.05 06:13
수정 2019.06.05 14:13
공격 포인트 없이도 가장 빛났던 '핵'
기대했던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하지만 발렌시아 이강인은 한일전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일본과의 16강에서 후반 39분 터진 오세훈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일전 승리를 거머쥔 한국은 8강에 안착, 오는 9일 오전 3시 30분 폴란드 스타디온 미에이스키에서 세네갈과 4강행 티켓을 놓고 다툰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 스타일이 묻어난 전형적인 경기였다. 일본은 경기 초반부터 중원에 압박을 가하는 등 점유율 위주의 축구를 펼치려 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린 뒤 역습 위주의 전략으로 맞섰다.
전반은 일방적인 일본의 흐름이었다. 볼 점유율만 27%-72%로 밀리며 주도권을 내줬지만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허용하지 않으며 기회를 엿본 한국이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들어 전혀 다른 공격 전개 방식을 꺼내들었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중앙 수비수였던 이지솔이 빠지고 윙어인 엄원상이 투입됐다. 쓰리백 수비 라인을 4-4-2 포메이션으로 바꿔 윙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작전이었다.
효과는 주효했다. 체력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던 엄원상은 후반 내내 오른쪽 측면 공격을 담당하며 활로를 뚫었고 당황한 일본은 뒤로 물러나며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후반 39분 오세훈의 헤딩골이 나오며 일본의 승리 의지를 꺾어놓았다.
이강인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이강인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그가 공을 잡으면 3~4명의 수비수들이 일제히 들려들어 길목을 차단했다.
이 가운데서도 이강인은 특유의 볼 간수 능력으로 일본 수비진을 농락했다. 여기에 장기로 자리 잡은 마르세유 턴을 시도한 담대함에 일본 선수들은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였다.
이강인에 대한 집중 견제는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그가 공을 잡을 때 수비수 쏠림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간을 양쪽으로 넓게 벌린 한국의 후반전 전술이 제대로 먹혀들었고 점유율 열세 속 오세훈의 골이 터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