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생존장병 "보훈 없고 호국만 바란다" 황교안 앞서 '울먹'
입력 2019.06.05 02:00
수정 2019.06.05 07:30
黃, 호국보훈의 달 맞아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 보훈 관련 고충 호소
黃, 호국보훈의 달 맞아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 보훈 관련 고충 호소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참배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앞에서 천안함 생존장병이 "보훈은 없고 호국만 바란다"며 울먹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4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황 대표는 무연고 묘역부터 시작해 천안함46용사 묘역과 연평해전·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묘역까지 순서대로 돌며 헌화·분향·참배했다. 신보라 청년최고위원과 이헌승 대표비서실장, 전희경 대변인과 정진석·홍문표·이장우·백승주 의원이 동행했다.
천안함46용사 묘역을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의 인도로 참배한 황 대표는 직후 전준영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과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전 회장은 자신이 제작한 '천안함 배지'를 황 대표의 양복 옷깃에 손수 달아줬다. 이후 천안함 배지를 소재로 잠시 환담을 나누던 황 대표는 곁에 있던 신 최고위원이 "국가유공자와 관련해 (전 회장이) 건의할 게 있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해듣자, 표정을 고치며 "무슨 일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전 회장은 "천안함 생존자 58명 중 유공자 상이등급을 받은 사람이 2명밖에 안 된다"며 "나같은 경우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것으로는 3년마다 재심사를 받게 돼 있다"고 토로했다.
전 회장은 "죽을 때까지 3년마다 심사를 받아 PTSD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상이등급이 다시 박탈된다는 설명을 들으니 허탈하다"며 "젊은 나이에 나라를 지키려 군대를 간 죄밖에 없는데, 결국 보훈은 없고 호국만 바라는 것 아니냐"고 울먹였다.
같은날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 내외가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보훈은 제2의 안보"라고 강조한 상황에서, 천안함 생존장병이 제1야당 대표를 만나 "보훈은 없고 호국만 바란다"라고 울먹이는 대조적인 장면이 나타난 것이다.
심각한 낯빛으로 전 회장의 말을 들은 황 대표는 보훈처 공문을 집어들어 "이것을 내게 줄 수 있느냐"며 "챙겨보도록 하겠다. 다른 유공자 분들도 같은 상황이냐"고 물었다.
전 회장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똑같이 3년 뒤에 다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거 하나 받기 위해 병원을 다니며 힘들게 버텨냈는데, (상이등급을 받은) 당일날 엄청 울었다"고 다시 울먹였다.
이에 황 대표는 "잘 챙겨보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하며 "우리 당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겠다. 힘내시라"고 격려했다.
한편 황 대표는 생존장병인 전 회장을 만나기에 앞서, 무연고 묘역과 천안함46용사 묘역의 묘비를 닦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묘비를 닦던 중 "깨끗하다"고 말한 황 대표에게 권 원장이 올해 들어 더 많은 시민들이 현충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건네자, 황 대표는 "나라가 어렵다보니…"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천안함46용사 묘역을 둘러보던 중 장철희 해군일병의 묘비에 눈길이 한동안 머무른 황 대표는 "산화 당시의 계급은 뭐였느냐"고 물었다. 이병으로 북괴의 폭침 도발 당시에는 입대한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답에, 황 대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황 대표가 묘비를 닦던 도중 묘비 좌측에 새겨진 유가족의 명단을 보며 걱정하자, 정진석 의원은 "한화그룹에서 유가족 1명씩을 계열사에 특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홀어머니 외에는 유가족이 없는 문영욱 해군중사의 묘비를 가리키며 "이 분은 우리 당에서 앞으로 가족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