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김동욱 "히어로 조장풍, 어딘가엔 있겠죠"
입력 2019.06.03 09:22
수정 2019.06.06 11:00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주연
체중 9kG 늘려 액션 준비
체중 9kG 늘려 액션 준비
배우들끼리 호흡 좋아 만족
"일개 공무원 따위가!"
거대 권력에도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맞선 공무원 조진갑. 그는 '일개 공무원'이라는 막말에도 주저하지 않고 앞장 서서 '갑'들을 타파했다.
뒤에서 나쁜 일을 저지른 재벌, 공무원들을 유도 엎어치기 한판으로 내동댕이친다. 시청자들의 속이 '뻥' 뚫린다.
최근 종영한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무사안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무원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임명된 후 사회의 악덕 '갑'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를 다룬 사회풍자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노동 판타지'를 소재로 했다.
근로감독관이란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드라마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적으로 '특별근로감독관'이라는 명칭은 없지만, 근로감독관은 있다.
근로감독관은 각종 근로기준법 위반을 수사·감독하는 공무원이다. 노동 관련 문제를 다루는 특별사법경찰로, 최저임금법 위반이나 임금 체불 등에 대한 수사권을 갖는다. 기업 장부를 뒤지고 체포할 권한이 있고, 검찰에 구속영장도 신청할 수 있다.
드라마는 이 근로감독관을 소재로 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동 문제를 제대로 풍자했다. 주인공 조진갑은 매회 시원한 입담과 액션을 선보이며 을들의 편에 섰다. 노사관계, 갑을관계, 근로문제를 오락적인 요소로 적절히 버무렸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삼성동에서 조진갑 역의 김동욱을 만났다.
그가 맡은 조진갑은 전설의 조장풍이라 불리던 유도선수 출신 체육 교사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철밥통 꽃길을 꿈꾸며 대한민국 공무원이 됐다.
김동욱은 캐릭터의 매력을 200% 살려내는 캐릭터 해석으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 외형적인 부분부터 조진갑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10kg 증량으로 만들어낸 유도선수 출신의 공무원 몸매, 걸음걸이, 말투, 아재 패션까지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김동욱은 "각양각색의 직업군과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히어로"라며 "판타지적인 인물이지만,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면 한다. 매력적인 인물을, 조금은 딱딱한 이미지의 공무원과 접목해 표현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조장풍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궁금했다. "정의감에 불타는 인물인데, 과연 조장풍이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일까 고민했죠. 마냥 바른생활이면 재미없을 듯했어요. 진갑이는 자기 나름대로 비겁하지 않은 삶을 사는 인물이라고 해석했어요. 솔직하고요."
조진갑과 닮은 점을 물었더니 "글쎄요. 전 집에 잘 있다"는 엉뚱한 답을 내놨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작품을 선택했다는 그는 "제목이 길었지만 매력적이었다. '손 더 게스트'가 우울한 분위기라 밝은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동욱은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 등 최근 작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첫 원톱 주연을 맡은 그는 "정말 만족스럽다"면서 "시청자들의 평가도 좋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얻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배우들, 현장 스태프와 웃으면서 잘 끝냈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늘 현장에 있으면서 배우들, 제작진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공부가 된 듯해요. 타이틀롤이라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고요."
박원국 PD는 김동욱에게 김동욱을 택한 이유를 적은 자필 편지를 보냈다. 이야기가 자칫하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려고 했다. 진지한 마음의 시작엔 박 PD가 있었다. 자필 편지로 제작진의 진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단다.
드라마는 실제 화제가 된 사건을 다루기도 했다. 그는 "너무 직접적인 사건은 적정선을 찾아 연기했다"며 "드라마에서 다룬 사건이 다시는 벌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욱은 배역을 위해 9kg이나 찌우며 몸을 만들었다. 유도 액션은 통쾌함을 자아냈다. 배우는 "유도 액션을 통해 통쾌함을 줘서 뿌듯하다.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조장풍의 걸음걸이도 인상적이었다. 김동욱이 연구해서 나온 행동이다. 오랫동안 운동한 사람의 특징, 어디서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유도선수들의 모습 등을 연구해 걸음걸이가 만들어졌다.
조장풍의 귀여운 윙크는 원래 대본에 있는 내용이었다. 반응이 좋아 여러 번 적용했다.
이원종과는 '손 더 게스트'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김동욱은 "너무 편했다"며 "애드리브도 서로 잘 받아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내 역인 박세영과 호흡도 궁금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 둘은 촬영 내내 단답형으로 대화했다. 지금은 처음보다 친해져 문장으로 얘기한단다.
엔딩 키스 장면에 대해선 "캐릭터 탓에 둘이 로코 느낌이 날지 몰라서 나중에야 로코 장면을 넣었다고 들었다"며 "우리 드라마와 잘 어울린 로맨스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란이와 조진갑이 알콩달콩한 장면을 찍었을 때 재밌었어요. 세영 씨와 문장으로 얘기를 나눈 지 얼마 안 됐지만...하하. 정말 만족했습니다."
'조장풍'은 신인들의 활약도 눈부셨던 작품이다. 김경남, 설인아, 김시은, 이상이 등이 그렇다. 김동욱은 "후배들이 정말 잘해줬다. 배우로서 칭찬해주고 싶다. 배우들끼리 호흡이 좋았다는 평가를 보면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작품성에 비해 낮은 시청률은 아쉬운 부분이다. 김동욱은 "10%를 넘을 듯 말 듯했는데 아쉬웠다. 시청률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며 "즐거운 요소를 찾으려고 했고, 시작보다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한 부분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마지막회 때 나온 헬기장 장면을 꼽았다. 드라마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장면이란다.
'조장풍'의 시즌 2를 원하는 사람도 많다. 김동욱은 "얘기가 온간 적은 없는데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올해 첫 작품을 잘 마무리해서 뿌듯해요. 하반기에 또 다른 작품을 해서 작년처럼 마무리를 잘 하고 싶어요."
여성 팬들도 많은 그가 연애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는 그는 "연애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 털어놨다.
최근 장르물에 주로 출연한 터라 김동욱표 로맨틱 코미디도 기대된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자신있습니다"라는 명쾌한 대답을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