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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없어도…" 野로부터 존재감·권위 잃은 문희상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5.27 02:00
수정 2019.05.27 06:02

"없어도 부의장"…사회권 외엔 '일없는' 의장?

중재 기능 사라져…文, 쪼그라든 위상

"문희상 의장이 '패스트트랙 파행'의 당사자

중재자인 것처럼 말할 자격이 없다" 단언 나와

"없어도 부의장"…사회권 외엔 '일없는' 의장?
중재 기능 사라져…文, 쪼그라든 위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점거농성중인 행안위 회의실에서 열린 '동료의원 성추행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 긴급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패스트트랙 강행 사태의 '출구'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국회 공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중재해야 할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으로부터 정당성과 권위를 잃으면서 의장의 '존재감'마저 함께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장이 해외 일정 등으로 자리를 비우기 전에 국회 정상화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의장이 없어도 부의장이 있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의장의 역할을 '사회권'에 국한하는 맥락이다. 국회가 정상화돼 본회의를 열었을 때 의장이 없더라도 대신 사회를 볼 국회부의장이 있기 때문에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의장의 정국 중재 역할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데, 문 의장의 쪼그라든 위상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 문 의장의 존재감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주례회동은 불발이 되는 경우가 많고, 열리더라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회의장은 빠진 채 원내대표들끼리 '호프 미팅' 등 별도로 만나는 것이 정국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의장이 매달 첫째 월요일에 주재하는 각 정당 대표들의 만남 '초월회'도 야심찬 시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월회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참한 채 친여 정당 대표들끼리만 모여 문 의장과 대화를 나누는 등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 지난달에는 아예 초월회가 열리지 못했다.

"문희상 의장이 '패스트트랙 파행'의 당사자
중재자인 것처럼 말할 자격이 없다" 단언 나와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여성의원들과 여성 보좌관, 여성 당직자들이 '여성국회의원 성추행 문희상 국회의장 즉각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같은 국회의장의 존재감·권위 상실은 문 의장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다선 중진의원은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강행 사태' 와중에 병원까지 찾아온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문전박대하고 별도 통로로 의사국장만 들여보내 위법 논란에 휩싸인 사·보임을 '병상 결재'했다"며 "병상에서 경호권까지 발동해 국회를 '빠루'까지 동원되는 '동물 국회'로 전락시켰다"고 상기시켰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강행 사태 이후로도 국회사무처가 직접 주체가 돼서 특정 정당의 의원과 당직자만 고발했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내던졌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법 제20조의2는 국회의장의 재직 중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당적 이탈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문 의장은 스스로 중립성을 잃고 오해받을 수 있는 처신을 잇따라 행하면서, 국회 공전 사태를 수습·중재할 수 있는 권위와 정당성을 스스로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의장이 '정치의 실종'을 말하며, 국회 정상화를 채근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후안무치한 일"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문희상 의장이 바로 패스트트랙 사태의 중심에 있던 파행의 당사자인데 (국회 정상화를 재촉하는 것은) 염치 없는 일"이라며 "마치 파행의 중재자인 것처럼 말하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고 단언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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