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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남궁민 "연기, 연인 같아…없으면 못 살죠"

부수정 기자
입력 2019.05.23 09:05
수정 2019.05.26 08:42

KBS2 '닥터 프리즈너' 종영 인터뷰

나이제 역 맡아 극 이끌어 '호평'

배우 남궁민은 최근 종영한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나이제 역을 맡아 열연했다.ⓒ935엔터테인먼트

KBS2 '닥터 프리즈너' 종영 인터뷰
나이제 역 맡아 극 이끌어 '호평'


"제 연기가 맞는 걸까 계속 고민했어요. 제가 만족해야 직성에 풀리거든요."

최근 KBS2 '닥터 프리즈너'를 마친 남궁민(41)은 '믿고 보는 배우'인데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더 나은 연기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책했단다.

그가 주연한 '닥터 프리즈너'는 정의 구현을 위해 선 대신 악을 택한 주인공 나이제의 활약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착하게 살아선 썩은 권력을 무찌를 수 없는 현실을 비꼬며 매회 '사이다'(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함) 엔딩을 선사했다.

남궁민은 '다크 히어로' 나이제 역할을 매끈하게 소화했다.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남궁민은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 드라마 종영 후 밀린 일정을 바쁘게 소화한 탓이다.

남궁민은 "작품을 잘 마무리한 듯하다"며 "나이제라는 캐릭터에서 빠져나와 남궁민으로 돌아왔다"고 미소 지었다.

'닥터 프리즈너'는 KBS에서도 KBS 같지 않은 작품이었다. 남궁민은 "대본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며 "연출, 대본 등 기존 공중파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웠다"며 "연기할 때 감정을 절제하려고 애썼고, 갇혀 있는 연기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탄탄한 대본이었다. 배우는 대본을 최우선으로 본다. 1회에서 4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본을 읽은 그는 짜임새 있는 도입부를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직 실력이 우선인 천재 의사 나이제는 탐욕스러운 태강 그룹에 복수하기 위해 교도소 의료과장을 택한다. 형 집행 정지 권한을 가진 그가 판코니 빈혈부터 헌팅턴무도병까지 발병하게 하는 천재적인 의술을 활용해 매번 불리한 싸움에서 역전했다.

배우 남궁민은 최근 종영한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나이제 역을 맡아 열연했다.ⓒ935엔터테인먼트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나이제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극의 중심에 있으면서 대사량도 상당했다.

남궁민은 "의사인 나이제가 주사기를 통해 누군가를 치료하는 게 아닌, 벌주는 설정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다크 히어로'라는 멋있는 수식어를 붙여 줘서 감사해요. 불의에 맞서서 싸우는 역할을 최근 자주 맡긴 했죠. 요즘엔 불의를 보고서도 참아야 하는 일이 많아요. 저는 공인이라서 더 그래요. 나이제는 흔들림 없이 결정하고 악을 처단하죠. 이런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짜릿함을 느낀 것 같아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셨다. 성대를 '촉촉'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제작진이 주문을 던진 건 없을까. 배우는 "과장되지 않게 장면을 표현하려고 한다"며 "처음부터 힘을 줘서 연기하려고 하기보다는 힘을 적절하게 배분하려고 했다. 예전에는 연기적으로 돋보이려고 노력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남궁민은 나이제가 교도소에 들어가기까지 3년 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가장 궁금했다. 공백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공백은 김병철, 최원영 등 배우들이 채웠다. 세 배우의 앙상블은 단연 최고였다는 평가다. 숨을 쉴 틈도 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남궁민은 "원영이 형이 후반부를 잘 채워주셨고, 병철 형과는 첫 호흡인데 정말 좋았다. 형과의 작업은 즐겁고 행복했다. 고맙고 존경하는 배우이다"고 전했다.

국내 작품을 안 본다는 그는 "트렌드는 작품을 통해서만 형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배우의 열린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연기도 시대의 흐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기 있는 드라마라고 해서 그 작품에 출연한 모든 배우의 연기가 트렌디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야기, 연출, 연기 삼박자, 무엇보다 운이 따라야 작품이 성공해요."

'닥터 프리즈너'는 매번 판이 엎치락뒤치락 뒤집어지는 과정이 반복됐다. 초기에는 재밌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후반부에는 지루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남궁민은 "제작진, 매우들 모두 인지한 부분"이라며 "빠듯한 제작 환경에서도 이 정도의 드라마를 내보낸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결말에서 나이제는 자해하는 이재준(최원영)을 두고 그냥 놔두라고 말한다. 다양한 해석이 나왔고, 시청자들은 나이제가 절대악이 되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배우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남궁민은 최근 종영한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나이제 역을 맡아 열연했다.ⓒ935엔터테인먼트

시즌 2에 대해선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현장 스태프 9명을 사비를 써서 휴가차 하와이에 간다. 드라마 종영 후 스태프들의 하와이 여행 비용을 전액 지불했다는 설에 대해선 "전 스태프를 데리고 가려면 3억 정도 든다"고 웃은 뒤 "왜 그런 기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궁민은 단역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왔다. 연기력이 무를 익었을 즈음 주인공을 꿰찼다. 주연을 맡은 지는 4년밖에 안 됐다.

이번 작품에서 다소 독특한 의사 역할을 맡은 그는 "실제 의사처럼 선보이도록 노력했다"며 "응급환자를 대할 때도 차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투, 행동 등에 신경 썼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남궁민은 '냄새를 보는 소녀'(2015), '리멤버-아들의 전쟁'(2016), '미녀 공심이'(2016), '김과장'(2017), '조작'(2017), '훈남정음'(2018) 등에 출연하며 쉼없이 일했다.

흐름에 맞게 작품을 선택한다는 그는 1년에 1.5편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2년간 영화 포함해서 3편 정도가 가장 적절하단다.

그에게 연기란 사랑하는 연인과도 같다. 너무 좋고 사랑하지만 가끔 꼴보기도 싫을 때도 있다. 그래도 없으면 못 산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이유다.

연기를 잘하냐 못하냐의 기준은 개인의 따라 다르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1명의 배우에 대해 99명이 좋다고 해도 한 명이 싫다고 하면, 그 한 명에게는 연기 못하는 배우로 인식된다. 그래서 남궁민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손해지려고 한다.

'라이트 마이 파이어'를 통해서도 연출에도 도전했던 그는 지금은 여력이 없어 잠시 쉬고 있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한다는 배우는 휴식기 때 훌륭한 작품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에게 좋은 영화는 '안구 정화' 할 수 있는 매개체란다. "최애로 사랑하는 배우가 있는데 안 가르쳐 줄래요(웃음). 저만 알고 싶거든요."

할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다고 했지만 중앙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할 만큼 학업 성적이 뛰어났다. 부모의 뜻을 따라 학과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과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응시했다. 탈락 후 배우라는 목표가 생겼다.

"연기를 너무 못한다고 자책하며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아요. '닥터 프리즈너' 때도 어려워서 고민했습니다. 근데 이런 괴로운 과정을 제가 좋아하더라고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행위가 연기잖아요. 어렵고 복잡한 과정 속에서도 희열을 느끼죠. 대중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 자체도 행복합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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