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 청약 '난리'...현금 없는 실수요자는 '그림의 떡'
입력 2019.04.18 06:00
수정 2019.04.18 06:11
미계약 속출에 무순위 경쟁률 수백 대 1…대출규제로 계약포기자 늘어
미계약 속출에 무순위 경쟁률 수백 대 1…대출규제로 계약포기자 늘어
최근 수십 대 1, 혹은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인기 아파트임에도 미계약분 사례가 속출하면서 무순위 청약이 1순위 청약보다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18일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서울 서대문구 홍제 3구역 재개발 단지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미계약분 174가구를 대상으로 한 무순위 청약에 총 5835건이 접수되면서 평균 경쟁률이 33.53대 1을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서울 강남구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 역시 1순위 청약에서 40대 1을 넘는 경쟁률을 보였으나, 26가구의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서는 2만3000여명이 몰리며 893.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분양한 ‘남산자이하늘채’ 아파트 미계약분 4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 진행 결과, 1순위 청약 경쟁률이 84.3대 1을 기록한 인기만큼 무려 605.65대 1의 무순위 경쟁률을 보였다.
무순위 청약은 분양주체가 입주자모집공고 후 미분양, 미계약 등이 발생하는 물량에 대해 선착순 혹은 추첨으로 분양신청을 받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도 무순위 청약이 있었지만 대부분 미분양 건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1순위에서 수십 대 1, 최고 수백 대 1에 달하는 1순위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인기 단지에서 부적격 가구와 미계약 가구분이 늘어나며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특히 무순위 청약은 규제가 까다로운 청약과 달리 자격제한이 거의 없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서울 등 인기지역에서 아파트 청약을 하려면 1순위 청약통장과 높은 청약가점이 있어야 하지만, 무순위 청약의 경우에는 청약통장이나 가점 등이 필요 없고 만 19세 이상의 조건을 갖추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적격세대로 분류되는 청약 재당첨 제한도 없으며, 세대주 및 거주지역 기준도 유연하게 적용된다.
다만 무순위 청약이 자금 동원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KB리브온 관계자는 “정부가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제도를 개편했다고는 하지만 서울 강남과 같은 인기 지역의 아파트의 경우 비싼 분양가와 높아진 대출문턱 등은 여전히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며 “대부분 중도금 대출이 불가한 9억원 이상의 단지들에서 미계약분이 다수 발생하면서 이는 결국 자금력이 좋은 현금 부자들에게 무순위 청약을 노릴 수 있는 기회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최근 미계약 세대분은 강화된 대출 규제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들이 많아지면서 늘어난 것 같다”며 “여기에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은 서울 집값이 당장은 불안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르지 않겠냐는 심리로 몰리면서 청약 시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