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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임명 강행…'북한 도발사'는 뒷전?

이배운 기자
입력 2019.04.08 15:29
수정 2019.04.08 15:36

남북 과거사 문제 외면하는 인사 강행…북한 왜곡주장 동조?

신원식 "침묵전략 지키던 北 목소리 커져…도발책임 세탁 기회로 삼는 듯"

남북 과거사 문제 외면하는 인사 강행…북한 왜곡주장 동조?
신원식 "침묵전략 지키던 北 목소리 커져…도발책임 세탁 기회로 삼는 듯"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천안함은 우발적 사건'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연철 통일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남북 과거사 문제를 등한시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일관된 저자세를 의식한 듯 최근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 책임을 부정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천안함 폭침사건, 박왕자 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등 북한의 도발 행각에 대해 책임을 묻지 말자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것으로 밝혀져 적합성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김 장관은 2011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의도적 도발이 아니라 '우발적 사건'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2015년에는 "'5·24 조치'를 해제할 때 반드시 천안함 사건과 연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지난달 개최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의 발언들을 철회하고 피해 장병 및 유가족들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당면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야당도 "북한에 편중된 후보자의 철학과 이념이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사이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은 조작됐다는 주장을 거듭 펼쳤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라는 것은 북남관계 파괴에 발광적으로 매달린 전 보수정권의 범죄적인 동족대결정책의 산물이다"며 "천안호 침몰이라는 특대형 모략극을 조작한 리명박 역도는 사건을 억지로 우리와 결부시켰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2010년에 제작한 천안함 폭침을 연상시키는 듯한 선전 포스터 ⓒ미국의소리

신문은 이어 "지금도 남조선에서는 천안호 침몰사건을 동족대결에 환장한 자들이 조작해낸 유치한 날조극으로 폭로 단죄하는 목소리들이 계속 울려 나오고 있다"며 "'북의 도발', '안보수호'를 거론 하면서 여론을 오도하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김 장관 임명 강행은 남북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려는 정부의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의 잘못된 주장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미룰수록 북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왜곡된 사실이 기정사실화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상대가 강경하게 나오면 우리도 강경하게 대응해 추가적 도발을 억제하는 것은 과거사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전략 원칙이다"며 "지금 정부의 일관된 저자세는 북한에 '우리가 과거사 도발을 해도 남한은 대응을 안 할 것이다'는 오판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24 조치가 해제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가 이뤄져야만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는 것이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더욱 유리했을 것"이라며 "정부는 천안함 사태 책임 문제를 흔들고 희석시켜서 문제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승 전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전 정권이 도발 책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북한은 진정성 있는 사죄를 내놓지 않았지만 전략적으로나마 '앞으로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내보였다"며 "지금은 천안함 사건 등 과거의 도발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비하·조롱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북한은 도발을 자행한 뒤 책임을 부정했지만 당시 정부가 강하게 반박하자 아예 문제를 침묵하고 묻어버리려는 전략을 택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니 과거 도발의 책임을 세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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