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 외친 금융당국, 물밑에선 '현 수준 합의' 카드사 압박"
입력 2019.03.13 16:10
수정 2019.03.13 17:43
카드노조 등 공투본, 13일 금융위원회 소재 서울청사 앞서 금융위 강력 비판
"당연히 인상한다던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뒷전…3개 카드사 뒤에서 압박"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현대차-카드사 간 가맹점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일부 카드사들을 상대로 조속한 합의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및 금융노동자공동투쟁본부는 13일 오후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당국이 겉으로는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물밑으로는 카드사에게 현 수준에서의 원활한 협상을 종용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현대차와 가맹계약 해지를 불사하며 협상을 이어가던 신한카드는 당초 1.9%대 카드 수수료 요구에서 한 발 물러나 지난 주 현대차가 제시한 1.89% 수준 안팎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신한카드와 함께 마지막까지 버티며 협상을 이어가던 삼성·롯데카드 역시 동일한 수준에서 최종 조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올해부터 시행된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초대형 재벌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시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안이 빠졌는데 (지난해 면담 당시) 최 위원장은 ‘500억 이상 가맹점은 당연히 인상되는 것이라 발표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위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과 카드회원 부가서비스 축소, 카드사 신규사업 완화를 약속했는데 이를 어겼다"며 "현대차와 3개 카드사(신한, 삼성, 롯데)가 수수료율 협상 당시 금융위가 카드사에 협상할 것을 종용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권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카드사 항복선언은 금융위가 늑장을 부렸기 때문"이라며 "금융위가 불을 질렀으면 스스로 꺼야 하는데 카드업계 보고 끄라고 한다. 이것이 금융위원장의 진정성이냐”며 최종구 위원장을 직접 겨냥해 비판을 이어나갔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2019년도 업무계획' 브리핑 당시 대형가맹점 카드 수수료 공방 사태를 유발한 금융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협상에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 곳에 대해서는 수수료가 올라가는 것이 카드 수수료 개편 체계의 핵심"이라며 카드사에 힘을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공투본은 현재 진행 중인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인상 협상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초법적 행태에 대해 규탄하며 금융위의 사과 및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당국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며 "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또 이번 사태의 해결책으로 카드수수료 하한선 등 이른바 '최저가이드라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작년 6월 26일 최종구 위원장 한 마디에 카드수수료 상한선이 인하됐다"며 "자율로 운영 중인 카드수수료 상한선을 금융위가 강제로 인하시킨 만큼 이번에는 거꾸로 하한선을 금융위가 직접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드업계와 금융당국 등이 참여한 '카드사 경쟁력 강화 TF'는 오는 21일과 28일 두 차례 회의를 개최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재벌 가맹점의 갑질 방지 내용을 추가로 요구하는 한편 또다시 카드수수료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 등 당초 예고된 본격적인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