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 ‘방패막이’ 사외이사 모시기 여전
입력 2019.03.13 06:00
수정 2019.03.13 07:27
올해도 관료·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약진
거수기 전락한 사외이사에 수천만원씩 지급
올해도 관료·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약진
거수기 전락한 사외이사에 수천만원씩 지급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제약·바이오 업계의 사외이사 물갈이가 한창이다. 올해도 정부 고위 관료,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은 60여곳이다. 당장 이번 주 금요일인 15일에는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종근당, 종근당바이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휴메딕스, 휴온스, 대원제약, 부광약품, 삼천당제약, 삼아제약, 비씨월드제약, 대한뉴팜 등 17개사가 주총을 연다.
22일엔 동국제약과 보령제약, 삼진제약, 서울제약, 일동제약, 이연제약, 명문제약, 국제약품, 삼일제약, 서울제약, 환인제약 등이 주총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달 29일엔 광동제약, JW중외제약, JW신약, 동아에스티, 동성제약, 신풍제약, 안국약품 등 14개사가 일제히 주총을 연다. 이밖에도 ▲21일 동화약품, 대한약품, 제일약품 ▲25일 조아제약 ▲26일 셀트리온제약, 신일제약, 알보젠코리아, 영진약품 ▲27일 신라젠 ▲28일 대화제약, 한독 등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13일 관련업계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동성제약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이 전 지검장은 2017년 4월 법무부 직원, 검사와의 저녁 자리에서 법무부 간부 2명에게 돈 봉투를 건넨 이른바 ‘돈 봉투 만찬’으로 면직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면직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은 그는 올해 1월 사표를 냈다.
LG화학은 안영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허근녕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지명했다. 동화약품은 오세만 한국은행 충북본부장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한다.
기업은 사외이사를 통해 이사회룰 꾸리며 경영 전반에 조언을 구하려 하지만 정관계 고위직을 거쳤을 뿐 해당 기업과 연관성이 없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사회에서도 대다수 의안에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에 그치면서도 수천만원의 보수를 챙긴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반대로 의대나 약대 교수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기업도 있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 특성상 이들로부터 받는 조언이 경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현직 의대, 약대 교수들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JW중외제약은 대한약학회 부회장을 지낸 한정환 성균관대 약학대학장과 전비호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특임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로고스바이오도 뇌질환 재생 치료 기술을 연구하는 선웅 고려대의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이동호 울산대의대 교수와 김성훈 서울대약대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올린다. 보령제약과 삼진제약도 각각 전인구 동덕여대약대 교수와 한상범 중앙대약대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올린다.
신라젠은 국윤호 서울대의대 교수와 김형규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장을 재선임하고, 김병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법조인이나 고위 관료에 대한 전관예우는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의대나 약대 교수들이 전문가로서 제약회사들의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