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음주운전 의외로 심각한 수위
입력 2019.02.13 08:09
수정 2019.02.13 08:12
<하재근의 이슈분석> 연예계 음주운전 경각심 제대로 확립 안 돼
<하재근의 이슈분석> 연예계 음주운전 경각심 제대로 확립 안 돼
안재욱 음주운전 적발을 알리는 초기 기사에 동정 댓글이 많이 달렸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강해지고 비난이 폭주하는 상황에서 이런 동정 여론은 이례적이다.
초기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 ‘안재욱이 9일 밤, 지방 일정을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술을 마신 후 숙소로 갔고. 다음 날 일어나 몸 상태가 가벼운 상태에서 오전 10시에 서울로 가던 중 적발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됐다.
이 보도만 보면 마치 술을 가볍게 마신 후 충분히 잠을 자고 다음 날 일어나 가던 중에 약간의 숙취로 인해 그리 높지 않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로 적발된 것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동정론이 나온 것이다. 회식 후 다음 날 아침에 운전하는 사람들을 다 조사하면 이런 식으로 걸릴 사람 많을 거라며 안재욱을 두둔하는 댓글들이 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안재욱의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뒤늦게 공개됐는데 0.096%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잠을 잔 상태에서 아슬아슬하게 걸렸다고 할 수 없다. 면허취소 만취인 0.1%에서 단지 0.004%가 모자란 높은 수위였다. 안재욱이 매우 위험한 운전을 한 것이다.
이러면 처음 보도를 의심하게 된다. 혈중알코올농도를 빼고 별일 아닌 것처럼 보도한 것 말이다. 술을 몇 시까지 얼마나 먹은 건지, 수면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죄질을 판단할 수 있지만, 이 정도 취재는 어렵다고 해도 최소한 객관적인 적발 수치를 알리는 건 보도의 기본이다.
바로 뒤이어 나온 김병옥 음주운전 보도에선 혈중알코올농도가 0.085%로 적시됐다. 그런데 농도가 더 높았던 안재욱 사건에서 수치가 빠진 것이다. 수치 등 사건의 객관적인 정보를 뺀 상태에서 적발된 사람 측에서 전한 정황만 알리는 식의 보도는 대중의 판단을 호도할 수 있다. 초기 보도에서 죄질이 나쁘지 않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히면 그게 사건 자체의 인상으로 굳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보다 엄정한 보도가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실제 음주운전한 횟수는 적발된 것의 몇 배일 거라고 얘기된다. 이번에 안재욱이 적발된 것도 주말 특별단속에 걸린 것이었다고 한다. 만약 평일이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넘어갔을지 모른다.
안재욱은 2003년에도 드라마 ‘선녀와 사기꾼’ 종영 파티 후에 음주운전하다가 강남에서 접촉사고를 내고 면허가 취소된 적이 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10%였다고 알려졌다. 안재욱 측에서 처음에 맥주 한 병 마셨다고 해명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정도 일을 겪었으면 음주운전의 문제에 대해 잘 알 텐데 또다시 면허취소 수치에 근접한 상태로 적발된 것이 놀랍다. 죄질이 가볍지 않은 것이다.
연예인 음주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것을 보면 연예계에 음주운전 경각심이 아직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럴수록 보도를 정확히 해서 죄질을 분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