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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빅 베드'…김정은·트럼프의 선택은?

이배운 기자
입력 2019.02.13 04:00 수정 2019.02.13 06:01

2차 북미정상회담 3가지 시나리오…핵검증-제재완화 상응수준 주목

아산硏 “철저한 한미공조로 나쁜거래 맺는사태 없도록 해야”

2차 북미정상회담 3가지 시나리오…핵검증-제재완화 상응수준 주목
아산硏 “철저한 한미공조로 나쁜거래 맺는사태 없도록 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한반도 운명을 판가름할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 아시아 제3국에서 실무협상을 이어가기로 하는 등 협상 의제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양새다.

북미가 각각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주고받으면 한반도 비핵화에 중대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균형한 합의 체결로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받고 한국의 안보위협은 극대화되는 부정적인 결과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2일 '2차 미북 정상회담 전망과 평가 기준' 보고서를 통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로 ▲작은 거래 ▲큰 거래 ▲나쁜 거래 성립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작은 거래(small deal·스몰딜)’는 북한이 낮은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내놓고 이에 미국도 낮은 단계의 상응조치를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신고·검증·폐기가 아닌 ‘핵시설 동결’만을 약속하고, 이에 미국도 경제제재 완화를 제외한 분야에서 상응조치를 제공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이나 북한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쁜 거래는 아니다”며 “그러나 비핵화의 진전이 더뎌진다는 점과 경제성장의 계기가 멀어진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북한에게 아쉬운 합의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큰 거래(big deal·빅딜)’는 북한이 높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내놓고 이에 미국도 높은 수준의 상응조치를 제공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철저한 신고·검증·폐기를 수용하고,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조치를 제공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시나리오 표 ⓒ아산정책연구원 2차 북미정상회담 시나리오 표 ⓒ아산정책연구원

그러나 북한은 과거 핵담판 과정에서 핵시설 사찰·검증 문제가 의제로 올라올 때마다 강하게 반발해왔고 이는 6자회담 실패 및 최근 북미협상 교착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의 제한없는 핵 사찰 수용 가능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보고서는 “북측은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의 총량을 추적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시설을 폐기하고 이를 ‘참관’하는 수준의 검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영변 핵시설에 대한 철저한 신고 및 검증을 얻어내는 것만으로 상당히 성공한 협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쁜 거래(bad deal·베드딜)’는 북한이 제대로 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필요 이상의 제재완화를 보장해 다음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이어갈 동력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철저한 신고·검증을 거부하는 대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하는 거래를 제안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이에 응하면서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경제제재 완화를 제공하면 북미 입장에서는 공들여 다음단계의 비핵화 협상을 추진할 이유가 없게 된다.

이는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받는 한편, 핵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의 안보는 출구 없는 터널로 빠지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성과에 급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잘 설득해낼 경우 나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는 철저한 한미공조를 통해 미국이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질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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