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호령한 켈리, 마이콜라스급 반전 가능한가
입력 2019.02.12 17:19
수정 2019.02.13 09:42
'ESPN' 등 일본서 돌아온 마이콜라스 성공 사례 놓고 관심
MLB 생존 여부는 구위 보다 KBO리그와 다른 스트라이크존 적응
메릴 켈리(31·애리조나)가 제2의 마일스 마이콜라스(31·세인트루이스)가 될 수 있을까.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4시즌 동안 KBO리그를 지배했던 켈리는 미국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ESPN’은 12일(한국시각) 올해 메이저리그(MLB)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를 구단별로 지목했는데 애리조나에서는 켈리를 꼽았다.
이처럼 켈리는 지난해 일본을 거쳐 MLB로 돌아와 대박을 터뜨린 마이콜라스의 ‘대박’ 사례와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6년 총 1억4000만 달러(한화 약 1550억원)의 조건으로 워싱턴으로 떠난 좌완 패트릭 코빈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애리조나는 이적과 부상으로 구멍이 생긴 선발 로테이션에서 켈리가 든든하게 한 자리를 책임져주길 바라고 있다.
켈리의 가치를 알아본 애리조나는 켈리가 FA 자격을 취득한 지 불과 사흘 만에 2년 550만 달러를 보장한 계약을 체결했다. 2021,2022년에 걸린 팀 옵션이 실행되면 4년 1450만 달러 규모가 된다.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1경기도 뛰지 않았던 켈리는 한국 KBO리그에서의 활약만으로 이런 계약을 이끌어냈다. 그만큼 한국 무대에서 켈리의 활약은 눈부셨다.
켈리는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서 4시즌 119경기 729.2이닝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 탈삼진 641개를 기록했다. 이 기간 리그 전체 탈삼진 1위, 평균자책점·이닝 4위, 다승 5위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1승(평균자책점 2.19)을 올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다는 것은 흠이다. 켈리는 탬파베이 시절 유망주로 평가됐지만 메이저리그로 승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MLB 통산 37경기에 등판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탈삼진왕에도 등극했던 마이콜라스는 2018시즌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로 컴백한 뒤 32경기 200.2이닝 18승4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2년 1550만 달러에 계약으로 이런 정도 성적을 올린 것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경력이 전무한 켈리와의 직접 비교는 무리다. 일본 무대와 한국 무대의 수준 차이도 있다. 하지만 켈리에게 마이콜라스는 자신감을 충전할 만한 모델이다. 켈리는 애리조나와 계약 후 “마이콜라스가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이콜라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켈리가 MLB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켈리는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평균구속과 비슷한 92마일대 포심 패스트볼을 뿌린다. 한국으로 건너올 때보다 약 3마일 정도 구속이 증가했다. 구속이 살아나면서 커터의 위력도 붙었고, 커브는 2년 전부터 크게 향상됐다. 체인지업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좋았다.
구위 자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도전할 만하다. 원투펀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는 정도의 구위는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켈리의 성패는 구위 자체보다도 KBO와 다른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KBO리그와 비교했을 때,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상하가 넓지만 좌우가 좁다.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이 좌우로 넓다보니 켈리에게 유리했다. 볼배합도 KBO리그와는 달리 가져가야 한다. 구위 보다는 켈리가 바뀐 환경에 얼마만큼 적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