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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외풍'에…"2·27 전당대회 연기하라" 힘겨루기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2.07 02:00
수정 2019.02.06 21:31

'북미發 폭탄' 지난해 지선, 올해는 전대'강타'

'컨벤션 효과' 묻힐라…난감한 한국당 '연기론'

실무적으론 장소 대관·재보선 공천 등이 문제

'북미發 폭탄' 지난해 지선, 올해는 전대'강타'
'컨벤션 효과' 묻힐라…난감한 한국당 '연기론'
실무적으론 장소 대관·재보선 공천 등이 문제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유력 당권주자들. 사진 왼쪽부터, 윗줄부터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김진태 의원과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선수순, 원외의 경우 가나다순). ⓒ데일리안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정확히 맞물리는 외풍(外風)이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 전당대회 일정 연기를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시작될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한국시각) 열린 상하 양원 합동 회의에서의 연두교서 연설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이달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27일에는 한국당 전당대회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흥행 열기가 고조되며 설 차례상의 최대 화두로 '컨벤션 효과'를 누리던 한국당 전당대회에 돌연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다.

황교안 제외 당권주자, 일제히 전대 연기 주장
이구동성 한목소리 "미북회담에 묻혀선 안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유력 당권주자들은 이날 일제히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했다. 다만 연기 시점은 일주일 뒤에서 한 달 이상 연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심재철 의원은 "전당대회는 미북정상회담 날짜와 겹치므로 당연히 연기돼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당을 부활시키는 매우 소중한 계기이므로 미북정상회담에 파묻혀 흘려보낼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은 "당 전당대회 일정과 맞물려 2차 미북회담이 개최된다고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이 새롭게 나간다는 것을 국민의 관심과 기대 속에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로운 면이 있더라도 기일을 조정하는 게 맞겠다"고 거들었다.

주호영 의원도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가 공교롭게도 당 전당대회와 겹치게 됐다"며 "당은 유동적인 상황과 전당대회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정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안상수 의원은 "1차 미북회담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6월 12일에 열리더니, 2차 미북회담은 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27일에 열린다"며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전당대회를 1주일 내지 2주일 늦추자"고 요청했다.

김진태 의원은 "작년 지방선거 전날 1차 회담이 열리더니 미북회담이 27일 열린다는데 하필 한국당 전당대회일"이라며 "전당대회는 1주일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은 "당의 중요한 행사가 외부적 요인으로 영항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날짜를) 늦춰야 하겠다"고 가세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27일 미북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 하루 전에 미북회담을 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하려는 술책"이라며 "미북회담은 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한 달 이상 미뤄 지선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달라"고 압박했다.

'황교안 검증 공세' 여론 관심밖 될까 우려도
'황 대 반황' 힘겨루기로 비화될 조짐도 있어


당권주자 일곱 명이 이구동성으로 전당대회 일정 연기를 주장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 감소 외에 다른 계산도 깔려 있다.

여론의 시선이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멀어져 북미정상회담으로 향하게 되면, 합동연설회나 TV토론에서 황 전 총리를 향한 '검증 공세'가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결국 현재의 인지도, 여론 지지도대로 최종 '골인 지점'까지 판세가 굳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 일정 연기에 뜨뜻미지근한 입장이다. 황 전 총리 측은 '당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정해진 27일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며 "당의 행사이기 때문에 일정대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미북정상회담 폭탄'에 전당대회 일정을 둘러싸고 '황(黃) 대 반황(反黃)'의 힘겨루기 양상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1~2주 연기, 1만 수용장소 대관하기 쉽지 않아
한 달 연기하면 4·3 재보선 공천 등이 문제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겹쳐 '컨벤션 효과'가 감소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전당대회 날짜를 연기하는 게 당연히 맞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보면 실제 전당대회의 일정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까지 제기된 '연기론'은 △일주일 연기론(김진태 의원) △1~2주 연기론(안상수 의원) △한 달 이상 연기론(홍준표 전 대표) 등 세 가지 갈래가 있다.

이 중 1~2주 정도만 미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대의원 현장투표가 있기 때문에, 서울·수도권에 1만 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대관해야 한다. 이런 곳은 잠실실내체육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일산 킨텍스 등 선택지가 뻔하다.

1~2주 미뤄서 3월 초중순에 새삼 대관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킨텍스도 (일정 확정 전부터 이미) 가예약을 걸어놨었다"며 "실무적으로 보면 문제는 대관과 중앙선관위 위탁"이라고 말했다.

한 달 이상 일정을 미룬다고 하면 대관 문제는 해결되지만, 이 때는 4·3 재·보궐선거 공천이 문제다.

오는 27일 새 지도부가 출범할 것을 염두에 두고 4·3 재보선 공천을 미뤄둔 상황인데, 전당대회가 한 달 이상 미뤄진다면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의 공천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지원유세 등 선거운동까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맡아야 한다.

이미 차기 당권주자가 부각돼 비대위의 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공천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잡음 없이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공천을 비대위에 맡길 경우, 당권주자들은 일절 간섭하지 말아야 하지만 그 또한 말처럼 잘될지는 의문이다.

정갑윤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전당대회 일정 연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재보선) 공천도 미뤄놓은 상황이고 해서, 의원총회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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