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석유화학 ‘빅2’…LG‧롯데, 치열해진 선두경쟁
입력 2019.01.31 06:00
수정 2019.01.31 06:06
LG화학, 3년 만에 업계 1위 탈환 예상
국제유가 상승…매출액↑ 영업이익↓
LG화학, 3년 만에 업계 1위 탈환 예상
국제유가 상승…매출액↑ 영업이익↓
국내 석유화학업계 1‧2위를 다퉈온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정기인사를 통해 수장을 교체, 올해 더 치열해진 선두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업사이클(호황)을 이어온 석유화학업계가 올해 다운사이클(불황)로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석유화학업계의 ‘빅2’로 꼽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각기 다른 대책을 내놓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이외의 전기차 배터리, 2차전지 등 신사업에 주력하는 반면 롯데케미칼은 본업인 석유화학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원료‧제품다변화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양사의 이 같은 경영전략은 지난해 정기인사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LG화학은 지난해 내부승진의 전통을 깨고 글로벌 기업인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대표로 영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신 부회장은 ‘비(非) 화학맨’으로, 3M에선 주로 영업을 담당했다.
업계에서는 신 부회장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2011년 해외사업부문 수석 부회장에 올라 미국 이외의 해외 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LG화학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선 만큼 신 부회장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등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를 총괄하는 롯데그룹 화학BU(Business Unit)장에는 정통 화학 엔지니어인 김교현 사장이 선임됐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1984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해 35년간 화학맨 외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내정된 임병연 사장도 서울대 화학공학 학‧석사, 카이스트 화학공학 박사 출신으로 198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올해 롯데 화학부문은 ‘김교현 BU장‧임병연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 정통 석유화학 사업에 주력하는 동시에 원료‧제품다변화로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투자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5년간 50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특히 화학부문에 전체 투자 규모의 40%에 달하는 20조원을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기존에 추진 중인 미국 에탄분해설비(ECC) 프로젝트와 인도네시아 나프타분해설비(NCC) 프로젝트 등을 비롯해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정통 석유화학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온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올해도 치열한 수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해 정기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단행,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이어서 양사의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5년까지 업계 1위를 수성한 LG화학은 2016년부터 롯데케미칼에 자리를 내줬다. 특히 2017년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2조9297억원, LG화학은 2조9285억원으로 양사의 영업이익 격차는 12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뜨겁다.
2년간 업계 1위 자리를 넘겨준 LG화학은 지난해 실적으로 업계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전날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9.7% 증가한 28조 1830억원, 영업이익은 23.3% 감소한 2조24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달 12일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잠정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 상승한 16조4635억원, 영업이익은 29% 하락한 2조793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영업이익(2조2461억원)이 롯데케미칼(2조793억원)보다 1668억원 앞
설 것으로 예측돼 3년 만에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지난해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이 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10월 국제유가는 80달러 안팎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제품단가가 인상돼 매출액이 크게 올랐다”며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원료가격에 비해 제품가격에 덜 반영됨에 따라 스프레드(원료와 최종 제품의 가격 차이)가 축소돼 영업이익은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