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심석희 용기, 체육계 판도라 상자 열리나

김윤일 기자
입력 2019.01.09 08:13 수정 2019.01.09 09:06

폭행 이어 조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 당해

대한체육회 대대적인 조사 펼칠 것 예고

심석희는 조재범 전 코치(사진)로부터 폭행에 이어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심석희는 조재범 전 코치(사진)로부터 폭행에 이어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상습 폭행에 이어 성폭행까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그동안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심석희의 변호인 법무법인 세종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와 1:1로 심층면담을 진행한 결과 만 17세의 미성년자이던 2014년경부터 조재범이 무차별적 폭행과 폭언, 협박 등을 수단으로 하는 성폭행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질러왔다는 진술을 듣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심석희의 조재범에 대한 처벌의사를 확인하였고 신중한 논의 끝에 심석희 선수를 대리하여 2018. 12. 17.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재범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전 코치 측은 폭행은 인정하되 성폭행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앞서 심석희는 지난달 17일 피해자 신분으로 수원지법에 출석해 조 전 코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과 마주친다는 두려움으로 법정에 올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진실을 밝히고 피고인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어렵게 출석했다”며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던 과거를 털어놓은 바 있다.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그동안 체육계 만연했던 스승과 제자 간 폭행이 뿌리 뽑힐 것이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심석희가 몸담고 있는 빙상계는 정상적이라 볼 수 없는 주종관계 등으로 몸살을 앓던 곳이다.

과거부터 올림픽 메달밭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감독과 코치들의 권한이 비대해졌고, 이는 오롯이 선수들에 대한 강압적인 지도로 이어졌다. 여기에 파벌 논란까지 불거지며 피해는 애꿎은 선수들이 봐야 했던 게 빙상계의 민낯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심각했다. 지난 2013년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 한 자치단체 실업팀 감독은 대한빙상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이듬해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사를 통해 3년 자격정지로 감경됐다.

국내에서 살길이 막막해진 일부 지도자들은 아예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한국의 지도력이 워낙 뛰어나 해외에서의 러브콜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빙상계 역시 이들의 행보에 이렇다 할 제동을 걸지 않았다. 영구제명 조치 뒤 중국 진출을 시도한 조재범 전 코치도 이와 다르지 않은 케이스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면적인 조사를 펼치기로 했다”면서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심석희의 용기가 한국 체육계의 대대적인 개혁을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